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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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관에 갔다가 싸운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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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태권V (karchizorim)
    1. 3,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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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
    4. 2009-06-29

본문

방학이 짧기도 했지만
영화 한 편 못 보고 다 지나간다고 나머지 숙제를 거의 끝내가던 딸이
오늘 저녁에 영화 보러 가자고 해서
그래 개학하면 영화볼 시간도 없을 테니 그리하자고
저녁8시30분 프로를 보기 위해 7시 30분에 집에서 나섰다.
물론 거리야 걸어서도 10분이면 가지만
미리 예약도 하고 문구점에서 학용품도 몇가지 산다고
일찍 나선 것인데
일요일 저녁 프로라 그런지
표를 끊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곧 차례가 와서 표를 끊었는데
서둘러 말한 딸이 그만 8시 30분을 9시 30분이라고 잘못 말 한 것이 화근이었다.

실수로 시간을 잘못 말 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거스름돈을 받기도 전에 말을 했으니 당연 안 될 것은 상상도 못하고
시간을 바꾸어 달라고 했지만 표를 끊어준 여직원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아니, 어제도 아니고 몇 시간 전도 아니고 더구나 영화가 시작된 것도 아니고
표를 끊자마자 바로 이야기를 했는데
왜 안 되느냐 바꿔달라 아무리 좋은 말과 좋은 인상으로 이야기를 해도
그럴수록 더욱 안된다는 것이다. 자기들 규칙에는 바꿔줄 수 없다면서...
정 바꾸려면 우리보고 다른 사람에게 표를 팔던지 하라는 등
자기의 잘못이 아니고 우리의 잘못이니 절대로 안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자기 일을 하는데 사정하다가 나중에는 울화가 치밀었다.
외국인에다가 딸은 순진하게 생겼고 그래서 깐봤는지
정말 얄밉도록 똑같은 말만 참새처럼 조잘거리고
사람을 멸시하는 눈길만 보낸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안 바꾸어줄 상황이 아니기에
영화를 못 보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물러서고 싶지가 않았다

좋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거스름돈 2불과 표 2장을 그대로 주면서 돈으로 주던지 시간을 바꾸던지
둘 중에 하나를 하라고
나도 물러서질 않았다. 물론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면서..
굳이 영어로 말 하지도 않고 그냥 우리말로 마구 항의를 했다
어차피 요구 사항은 다 아니까.
그래도 요지부동!

이 여자와 말다툼 해봐야 소용 없겟다 싶어서
너의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했다, 매니저와 이야기 하겠다고,
영화관 문이 닫힐 때까지 버틸 요량이었다.
내 태도도 만만치 않은 것을 눈치채서인지
내가 물러설 것 같지 않은지
여직원은 슬그머니 뒤편 커튼을 열고 들어가더니
5분후에 남자가 나왔다. 그 남자가 아마 매니저 인가 보다.

이야기를 다 들었다면서
표에 번호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바꿔줄 수 없는 것이나
오늘만은 바꿔줄 테니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한소리 한 다음에
표에 다른 좌석을 써주면서 그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암튼 바꿨으니 됐다고 나와 남은 시간 동안 문구점에서 문구 몇가지를 사서
시간에 맞게 들어갔더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써 준 우리가 앉아야할 좌석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한동안 이를 또 어쩌나 싶다가
영화가 시작되고 빈자리가 나면 그냥 거기가서 앉자고 하는 딸에게
나는 아니다. 다시 매니저를 만나자고 나가서
좌석에 다른 사람이 앉았고 그들 좌석이 틀림이 없다고 말 했더니
자기가 좌석을 지정해서 써주는 동안 옆 창구에서 그 좌석을 끊었다며
이번에는 자기의 실수라고 미안하다며 다른 좌석을 주었다.

정말 영화 한 번 힘들게 보았고
싱가폴에 와서 처음으로 이를 악물고  싸웠다.
9시 30분 프로를 그냥 보자고 하던 딸,
좌석이 없을 때 그냥 기다리자고 했던 딸도
이번 기회에 아마 배웠을 것이다

정당한 것이라면 아무리 이쪽 사람들이 그것이 자기들 법이라고 우겨도
상식 밖의 일이라면 말은 건네 보아야하고 항의할 것은 항의하고
사정할 것은 사정해서 타협하는 법을
정당한 싸움에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대항해 이겨내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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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님의 댓글

^^* (sinjiyap)

어휴... 너무 잘하셨어요... 당최 이해 안가는 이런 불친절한 써비스... 용기내서 정말 잘하셨습니다. 대한민국 아주머님~~~ 짝짝짝~^^*

불꽃남자님의 댓글

불꽃남자 (mycute75)

외국인, 아니 타국의 소수민족이 당하는 설움이지요. 따님은 멋진 어머니를 두셨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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