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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14)
- 에라디혀~ (nobud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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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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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님은 사모님과 손 잡고 걸으세요?
할머니의 허리는 굽고 중절모 속의 할아버지 얼굴엔 주름이 가득. 아무 말씀들은 없으시지만 천천히 고궁 돌담을 손 잡고 걸으시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멋진 작품사진같다는 생각과 함께 부럽게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란 소설 속엔, 그렇게나 같이 가요. 천천히 좀 걸어요하며 숨 차했던 아내를 외면하고 늘 앞서 걸으며 간간히 기다려주는 걸로 부인을 생각해주던 남편의 얘기가 나옵니다.
그 빠른 걸음으로 먼저 전철을 타버리고 걸음 늦고 글 모르고 치매기까지 있는 아내는 결국 서울역이란 한복판에서 남편을 놓치고 행방불명이 되지요. 후회는 언제나 늦은 자의 변명일 뿐인가 봅니다.
저 아직 어리지만...남편을 만난지 20년, 평생지기를 시작한지 이제 겨우 15년이지만 이젠 남편이 남의 편이 아닌 단짝꿍이란 생각이 자주 듭니다. 평생 배워야할 초록칠판을 마주보고 있는 바로 옆의 사람.
저 성질머리, 나니까 살아준다싶을 때도 많고 정말정말 맘에 안드는 구석도 많지만 그게 어디 저 혼자만의 불평일까 싶습니다. 들여다보면 203호나 304호나 다 똑같다지 않습니까. 우리 남편 또한 불만 많~겠지요. 징글징글하겠죠. 하하..
아직 세상 뭣모르는 나이지만 행복의 열쇠는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얼마나 생각하느냐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이냐 그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우린 자뻑부부가 됐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애들 앞에서 더 많이 안아주려하고 "엄마, 오늘 화장도 안했는데 참 예쁘다 그치?" "아빠 저런 모습에 엄마가 반했잖니?" 하며 힘을 실어줍니다. 애들은 팔뚝을 긁으며 야유를 퍼붓습니다.
우린 갈수록 입만 삽니다.(립서비스)
가끔씩은 왜 저런 일로 싸우나 연세가 몇인데..싶게 싸우시는 부모님.
예전엔 아빠의 올KO승이었는데 이젠 엄마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디가서 과외를 받으신건지 보는 자식들도 불안합니다.
몇시간 후.
뜨끈한 아빠 진지부터 퍼서 상에 올리시는 엄마는 아빠가 좋아하시는 조기반찬을 아빠 앞으로 끌어당겨 놓습니다.
엄마의 식사가 끝나실즈음 슬쩍 물컵 놔주시는 아빠
립서비스 할 줄 모르는 우리 부모님의 상황종료입니다.
이래서 부부는 뱃 속 자식보다 가까운 무촌인가봅니다.
서생님의 글을 읽으며 그 돌담길 노부부가 머리 속에 예쁜 스케치처럼 클로즈업 되면서 부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봤습니다. 싱가폴 생활기로 쓰셨지만 제겐 행복한 부부생활기로 느껴졌거든요.
잠옷같은 그네들 패션에선 배잡고 통쾌하게 웃었습니다. 트렁크 팬티 입고 조깅하던 싱가폴 아줌마도 생각납니다. 몸매교정용 복대를 외투 밖에 차서 백인여자들이 질겁해 쳐다보더라던 얘기도 생각나고요.... 귀국해보니 정말 한국인들 다시 보입니다. 멋있습니다. 키 크고 잘생기고 예쁘고 옷 잘입고 늘씬늘씬. 화사한 봄과 함께 언제나 음악으로 활기찬 거리들..이래서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하나 봅니다. 이 멋진 봄길을 걸으며 전 그동안 애들 주먹손에 밀려났던 남편 손을 잡아봅니다. 손깍지라도 낄라치면 왜이래~"합니다.
좋음서...앙탈은~이젠 자네가 서열 1위일세 하면 기가차하면서도 어깨를 감싸줍니다.
서생님, 더운 날씨에 모쪼록 건강하시고 많이 많이 행복하세요~
그리고 덥더라도 손잡고 다니셔요~ ^^
첨가: 제가 찬음식에 탈이 잘 나는 편이라 몇 번 경험했는데요 화장실은 토일렛,뤠스트룸 스펠링까지 말해줘도 못 알아듣는 사람 많아요. 이사람 저사람 불러가며 내가 뭐라고 하는지 들으려던 직원들(싱가포리언들도 궁금한거 못 참는듯하죠? 자꾸 시간 끌어서 저를 거의 초죽음으로 몰고 가더군요) 결국 얼굴 하얗게 질려가는 절보며 단체로 하는 말
" 아...똘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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