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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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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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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4-19

본문

당신은 이별의 날을 아십니까?

나도 너도 그리고 그 아무도 이별의 날이 언젠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른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별의 날을 예약 하셨습니까?
펄쩍 뛸 것이다.
이별은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상 어떤 생명체든 이별을 전제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없다.
인생은 더욱 그렇다.
생리사별(生離死別)이다.
살아 있을 때에는 멀리 떨어져 있고 죽어서는 영원히 헤어진다는 필연적 진리 속에 나날을 버티고 있을 뿐이다.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도 있다.
인생을 단 네 글자로 함축시킨 성인의 가르침이다.

당신과 부모형제 그리고 결혼 또 자녀로 이어지는 만남은 우연입니까? 필연입니까?
골머리 아픈 철학적 논쟁의 화두가 아닙니다.
올해 세계 인구는 어림잡아 63억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보통 60억 인구라고 하지요.
굳이 세계 인구를 거론하는 것은 당신의 만남은 적어도 60억분의 1이라는 사실입니다.
얼마나 귀하고 소중합니까?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지요. 이 인연은 결국 생로병사(生老病死)로 이어집니다.
사람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을 설파하는 것이지요.
당사자의 병들고 죽는 고통보다 더 아픈 고통은 무엇입니까?
내 사랑하는 연인과 부자지간의 이별이 아닌가요?
그 이별이 길든 짧던 고통과 애틋함이야 어찌 말과 글로서 표현되겠습니까.
여기에서 우리는 언제나 슬픈 후회를 만듭니다.
부모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함입니다.
큰 강이나 바다와 같이 넓고 큰 은혜라는 하해지은(河海之恩)을 곧장 읊조리면서도 정작 얼마나 찾고 얼만 쯤 기쁨을 드렸습니까?
흔히들 가는 데는 나이가 없다지만 부모는 이미 떠나야 될 준비된 약속의 길섶에 다가서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챙기십시오.
여러분들의 가슴에 모정, 사랑, 감사의 상징인 카네이션(Carnation)과 은혜, 존경의 꽃말을 가진 목련(Thurbers magonia) 한 송이씩을 365일 간직하십시오.
잘못을 뉘우치며 흘리는 회루(悔淚), 슬퍼서 흘리는 비루(悲淚)가 강물을 이룬들 살아생전에 보듬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만도 못합니다.  
벌써 ‘가정의 달’ 5월이 코앞에 다가왔군요. ‘어버이날’에만 스치고 지나가는 반짝 이벤트는 싫답니다.
지금 전화하십시오. 짧은 문안전화 한 통화가 그 어떤 보약이나 선물보다 값지답니다.  
그리고 부디 ‘어른은 어린이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여기서 나에게 보내온 어느 분의 쪽지에 담긴 사연을 원문 그대로 소개할까 합니다.
나의 잡다한 수식어보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애절한 한 줄의 글이 더 큰 공감으로 다가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익명이지만 쪽지를 주신 당사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 해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맘이따뜻한 아침...고맙습니다.. ★
2009년 03월 20일 11시 56분

저희 아버지는 나이 일흔에 권투선수가 되엇습니다. 빨간 권투글러브를 끼고 하얀 복도의 벽들과 문틈을 조용조용 만지고 길이를 재며 그렇게하루를 시작하십니다.
지난해 11월부터시작된 병원생활이십니다. 의사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아주 예쁘게 온 치매환자라고요.
소대변통제가 안되시는대다가 자꾸 손이 속옷으로 가서 일을 만드시니 권투글러브아이디어가 등장햇습니다. 평생을 노동이라곤 해보시지 않은 왕자님 아버지입니다. 그렇다고 아버진 부유한 집안 자손도아니십니다..맘속 상처가잇으신거 같은데 전 잘모르겟어요. 아버지 나이 마흔이넘어 제가 막내로 아버지호적에 등장햇습니다.
술좋아하시고 말씀은 없으시고 그런분이 엄마가 먼저 시작한 병원생활에 동참하신겁니다. 엄마가 무릎관절 수술로 병원 1년 이넘게 계시는동안 바닷가 마을, 그렇지않아도 사람왕래 없는그곳에서 혼자 식사도 제때 안 하시고(왕자님버릇...?) 끼니거르시고 말한마디 안하고 몇일씩 그러시다가 결국 혀가 마비증세가 와서..제이름을 부르곤 그담말은 그저_아아아아아아아아~ㅓ어어어어어_
지난 1월초 한국에잠시머무는동안 병원에서하루 잣습니다. 의식이 많이 없으시지만 제가 간다고 가방챙기고 하는데 목도리를 제 목에 둘러주시며 꺼이꺼이 우셧습니다.
보쌈을 좋아하셔서 함께나가고싶어지만 춥다고병원에서 말려서..얼마나 박에 공기가그리울까..병원창문너머로 바다가 네모낳게 보이는데..침대에서 바라보고 계실 아버지생각에 맘이 저립니다.
어제아침에 눈이부어 학원으로 출근햇습니다. 전날밤 아버지생각에 너무나많이 울어서리...
제아버지 연세정도신가요?
아니면 ..아무튼 오늘 아침 다시 눈이 부으려고 그래요..건강하세요.
담에 싱가폴에다시오시면 할머니랑 탄종파가에 한번 오세요. 오늘도 파이팅!


★ 안녕하세요 서생할아버지~ ★
2009년 04월 17일 11시 48분

기억하세요?
제 아버지, 나이 일흔이 넘어 권투선수로 병원벽과 문을 만지며 다니시는..
지난 3일 하늘나라 가셧어요.
제가 갓을때너무 추워서 그렇게 좋아라하셧던 보쌈먹으러 밖에도 못나가고 ..
한국가서 아빠 이름 적혀진 비석 보고 이렇게 아빠이름이 슬픈 이름이 되엇는줄 몰랏어요.
현충원이란 곳은 참 이상한 데에요. 사람들이 놀러도 와요. 어느 사람들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서 슬픈데,,도자리랑 가지고 와서 맛잇는 거 먹고 놀아요.
아빠 줄려고 망고 가져갓어요. 씨는 안되니깐 잘 잘라내고 가져갓어요. 육포 구운것도요. 아무소용 없지요.
아빠이름앞에 그것들은..참 ..미안해요..
사람들은 말헤요. 참 좋은때가셧다고요..벗꽃도 잇구요..그렇다고..눈물은 줄지않아요..
이제 저는 아버지가 없는 딸이네요.
아버지를 어디서 불러요.
현충원 그작은 공간, 아빠이름 앞에가서야 그 그리운 이름을 부를 수 잇어요.
지난 10일 밤 도착한 한국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영종도..아빠 고향이거든요.. 아빠가 걸어다니셧을 그 길들..이제 안녕하며 왓어요. 이렇게 이별은 당하는건가요. 저는 이별은 아빠사랑해 ..안녕..이런거 머 인사라도 그렇게 진행되야 이별인데..이건 제가 이별당한거에요. 맞죠?
어제밤에 아빠방 정리하다 발견한 증명사진 가지고 왓는거 그거 보면서 또 많이 울어서요.
한번 더 전화해서 목소리 들어보는건데..전화하면 엄마가 ..말 잘못하시니깐 어어어~그런 소리내니깐 바꿔주지도 않고..엄마 밉다고 막 그랫어여..
서생 할아버지
건강하세요~백살까지 사세요...

내게 보낸 쪽지는 이렇게 끝맺음 하였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따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드리는 말씀 : 이 글은 예정에 없었습니다. 글에서 보신대로 아버지를 여원 아픔과 그리움을 이웃 할아버지에게라도 기대고 싶은 심정을 헤아리며 올렸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인연에 오고 가는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어떤 생활기보다 소중한 과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사랑’을 주제로 다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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