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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스쿼시 모임이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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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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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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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같이 내일은 힘들 것 같다는 이유들로 미리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가, 당일날 오전중에 부랴부랴 연락을 취하는 급조된 약속들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10여명의 참여도를 보인다는 것은 정말 경이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 더운 날씨 때문에 스쿼시를 치지 않을 수 없다는 변명아닌 변명으로 일관하지만 아무튼 스쿼시를 녹초가 되도록 치고나면 그 이튿날 아침 몸이 너무너무 가뿐해진다는 것은 사실이기에...
더운 날씨에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운동을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보면 스쿼시 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는 것이다(좀더 자세한 과학적인 근거는 추후에...).
그저께, 고객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쿼시 가방을 들고 갔다가 고객들의 의하한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경험, 결국은 노래방까지 스쿼시 가방을 들고 다녀야 했었던 그 사건, 스쿼시가 그렇게 좋으냐는 질문에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었던 것이다.
스쿼시가 무려 150년전에 영국의 어느 교도소에서 시작되었다는 상황만 보더라도 가장 불비한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격한 운동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며, 더구나 이곳처럼 비가 잦고, 무더위의 골이 깊은 싱가폴의 날씨에는 정말 둘도 없는 경기임에 틀림이 없다.
에어콘이나 선풍기가 돌아가는 경기장에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운동에 속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탁구장에서도 선풍기를 쓰면 공이 날리기 때문에 선풍기를 못쓰는데,
스쿼시는 기본적으로 어디나 에어콘이나 선풍기가 장착되어 있기에,,,
10분만 뛰어도 초보 시절에는 헉헉대던 우리 멤버들이 불과 한두달 사이에 20분 30분 한시간 두시간씩 녹초가 되면서도 또 잠시 쉬고는 다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내가 잘 선택한 스포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구나 마라톤과도 같은 부드러움, 끈기,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와도 같은 순간적인 질주, 잠시도 방심할 수 없이 상대방의 동작, 직경 40미리의 검은 공의 행방을 쫓아야만 하는 순발력, 그러면서도 내가 선택하고자 하는 거리 만큼만 달리면 되는 제한된 공간, 어느것 하나라도 나무랄 수 없는 이 운동의 매력은 아무리 침이 마르도록 얘기를 해도 그 끝이 없는 것이다.
싱가폴에서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스쿼시라는 생각이 들고, 더불어 이 멋있는 운동을 통해 함께 땀흘릴 수 있는 멋있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더큰 기쁨인 것이다.
우리가 사업을 얘기할 때 골프를 많이 치게 되는데, 골프가 같은 하나의 목표를 놓고 서로를 격려해가며 몇시간씩 잔듸밭을 돌아다니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다른 스포츠와의 구별되는 점이라고 한다면 스쿼시도 결국은 상대방과 같은 방향을 보면서 벽을 상대로 운동을 하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이다.
골프의 같은 방향성과 다른 스포츠에서의 상대성을 함께 겸비한 이 운동을 통해서 우리의 정은 더욱 깊어만 가는 것이다.
마주보지않고 같은 방향을 향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끌어갈 수 있는 이 운동에 대해서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더구나 이처럼 아름다운 운동을 선택한 분들이 모두들 하나같이 너무너무 좋은 성격들을 가진 친구들이라는 점을 느끼고 있기에,
내가 감히 결혼의 조건으로도 스쿼시를 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길 쉽게 내뱉을 수 있을른지도 모른다.
하루도 안보면 서운한 우리 만남의 구심점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로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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