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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3)
- 뚱땡 (piangca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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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2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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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읽어보고 언제 3편이 나오려나 기대했더니 드뎌 오늘 글을 쓰셨더군요.
한자 한자 읽을때마다 어르신의 해박한 지식에, 손자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또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에 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기러기도, 주재원도, 아닌, 우연히 싱가폴에 정착하다 15년차에 접어든 주부입니다. 그럼에도 어르신의 글을 읽으면서 싱가폴의 또다른 면과 예전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때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손자 손녀를 위해 힘들게 결정하신 이곳 생활이지만 적적하지 않게 즐겁게 지내시기를 원합니다...
>- 셋째 날에 만난 마트와 우리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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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토요일이다. 잠귀가 밝은 손자는 7시, 잠이 많은 손녀는 9시에 일어났다.
> 손녀가 학습용으로 사 달라는 프린트기도 사고 시장도 볼 겸 깨나 이름 난 아키아(IKEA)에 가기로 예정된 날이다.
> 손자들은 한 주일 가운데 가장 좋은 날이 토요일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요일 늦게 잠자리에 들고 실컷 늦잠을 자도 부담될 게 없고 할머니의 맛있는 요리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디 그 뿐인가? 한 주일 내내 등교시간 맞추기에 긴장해야 하고 적어도 20%는 모자라는 언어 장벽의 학교 스트레스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는 날이기도 할 것이다.
> 우리 네 식구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반바지에 샌들이 어색했지만 이곳의 일상적인 차림새가 간편해서 싫지 않았다. 아내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소매 없는 블라우스와 송송히 구멍 난 면바지가 좋은 모양이다.
> 사춘기에 접어든 손녀의 나들이는 무척 까다롭다. 옷에서부터 신발까지 소재와 색깔을 맞추느라 여간 부산을 떠는 게 아니다. 반면에 손자는 역시 남자답다. 손에 잡히는 대로 주섬주섬 집어 입는다.
> 현관문을 나서면서 캠코더가 바빠졌다. 손자들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 사진은 물론 동영상도 자주 찍는다. 추억이란 연륜이 쌓일수록 값진 것이다. 그들이 10년 20년 뒤 싱가포르를 떠올릴 때 생생한 제들의 모습을 만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때때로 천진낭만 했었던 동심으로 되돌아가다보면 삶의 활력소가 재충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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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소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행렬에서 현대, 기아차의 여러 차종이 심심찮게 보인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택시까지도 우리나라 차가 한 몫하고 있다는데 놀랍다.
> 감탄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층 버스 옆면과 뒷면에 박세리의 대형사진을 보는 순간 둔해버린 자율신경까지 굼틀댄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흐르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한국인의 자존심과 긍지를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아주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로마에서도 대우의 티코를 보았고 동남아 어디서든 우리나라 자동차를 보는 것은 예사다. 그런데 그때의 감동과 흥분을 능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땅에서 우리의 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어떤 상징성 때문일까?
> <이때부터 길거리에 나서면 우리나라 차가 얼마나 다니는지, 주차장에는 몇 대나 있는지 눈여겨 살펴보는 묘한 습관이 생겼다.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차를 하루속히 추월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렇게 간절할 수 없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던데...’그래서 그럴까?>
> 박세리 모델광고의 2층 버스를 탔다. 그녀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착각에 가슴 뿌득하다. 2층 앞자리 네 개가 비어있어 모두 차지했다. 손자들은 제들 안방처럼 떠들어 댔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연신 소곤거리다 깔깔댄다. 우리나라 같으면 눈총께나 받을 것인데 아무도 흘겨보는 사람이 없다. 과장된 비유이기는 하지만 팬티를 뒤집어쓰고 춤을 춰도 참견하지 않는다는 말이 그럴 듯하다.
> 나는 손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와 캠코더 앵글에 맞췄다. 그리고 시가지의 모습까지도...
> 한 편의 괜찮은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체와 배경이 조화로워야 한다.
> 아파트(HDB)와 아파트 그리고 버스정유소까지 연결된 셸터(shelter=지붕 있는 통행로)는 두고두고 관심의 대상이다. 열대지방의 강한 햇볕과 잦은 비를 감안한 싱가포르 특유의 편의성이 돋보이는 시설물이다. 꽃나무로 단장된 육교들도 인상적이다. 아파트마다 딸려있는 대형식당도 당연한 촬영 대상이다. 아직도 띄엄띄엄 비어있는 유휴지도 향후 이용도가 높아 보인다. 시가지 곳곳에 널려있는 여유로운 공원들도 이방인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깨끗한 도시로 인식되어온 싱가포르를 확실히 각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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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느리가 이키아(IKEA)와 자이언트를 가르쳐 주었었다. 그 곳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손자들도 잘 알았다.
> 집을 얻고 나서 책상과 책장을 사려갔던 모양이다.
> 버스에서 내린 우리내외는 두 손자와 함께 MRT까지 걸었다. 버스인터체인지 한복판에 즐비한 옷가지, 식품, 액세서리 등 잡화상 가계가 행인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그야말로 만화경이다.
> MRT 뒤켠에 자리 잡은 셔틀버스 정유소엔 족히 10미터는 돼 보이는 행렬이 줄서 있다. 담소하는 젊은이, 얼굴을 맞대고 부비는 연인 커플, 맨바닥에 주저앉은 할머니, 참새처럼 쉴 새 없이 지저대는 여학생들, 참 다양한 모습들이 흥미롭다.
> 아주 짧은 시간에 매우 좁은 공간에 비춰진 상황들이 어쩌면 지구촌 일상의 축소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셔틀버스는 어림잡아 20분쯤의 간격으로 오가는 것 같았다. 채 10분도 안된 느낌인데 목적지에 도착 했다. 자이언트 마트를 지나 전자관 앞에서 내렸다. 그렇게 크거나 상품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삼성, LG TV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또다시 감동이다.
> 외국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일이지만 한동안 이곳에 머물러야 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정겹다. 삼성 프린트기는 싱달러 250불을 상회하는 고급품들이고 보급품 정도인 HP프린트기도 100$이 넘어 당시 700대의 환율로 계산해도 한국의 인터넷쇼핑에서 보는 가격에 비해 비싸다. 세계의 유수한 가전제품이 다 모이는 곳이라서 우리나라보다 쌀 줄 알았던 기대는 착각이었다. 그래도 기분 좋은 것은 TV를 비롯한 상당수의 우리나라 가전제품이 매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 프린트기는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에서 사기로 했다. <프린트 복사 스캔 기능에다 잉크까지 포함 62.800원에 구입하여 지금껏 잘 쓰고 있다. 입력전압 100~240 - 1A 50-60Hz>
> 없는 것이 없다는 옆 건물에 갔다. 손자들은 먹는 것이 바빴다. 어림잡아 500평도 더 돼 보이는 대형 식당엔 꽉 찬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우리 둘은 무엇을 어떻게 사 먹는 것인지 모른다.
> 손녀에게 10불을 줬다. 둘이서 달려가 줄을 한참 서있더니 닭다리튀김과 콜라를 가져왔다. 손자가 말했다. “할머니, 여기서는 컵만 사면 콜라도 쥬스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아요” 손녀가 거들었다. 컵 값이 ‘음료수 따로 커피 따로’라는 부언 설명이다.
> 학교에서 사먹는데 이골이 난 손자들은 싱가포르 음식을 잘 알았다. 점심을 먹고 가자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점심이라며 가져온 쌀밥은 찰기가 없다. 쌀알이 길쭉길쭉하고 인도차이나 반도의 안남 지방에서 생산되는 쌀이라 하여 이름 붙은 바로 그 안남미(安南米)다.
> 우리 내외는 싱가포르에서 처음 먹어본 외식이었다. 네 명의 점심 값이 21.90$어치니까 당시로서는 헐한 편이다.
> 1층으로 내려갔다. 아닌 게 아니라 주방기구에서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다.특히 가구류는 필요한 것만 골라 집에서 조립할 수 있다는 경제성과 편의성이 돋보였다.
> <합성재질의 책상은 무겁고 흠집도 잘 나는데다 변색도 잘 돼 신중히 골라 사야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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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쇼핑만 하고 자이언트로 건너갔다.
> 매장은 넓고 상품도 제자리에 잘 정돈된 게 마치 한국의 마트에 온 느낌이다.
> 아내는 먼저 믹서와 냄비를 둘러보고 한국보다 비싸다고 했다. 이 또한 한국에서 가져오기로 했다. 아이들 신발과 CD 식료품만 샀다. 계산대에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캐시와 카드 그리고 댕큐유 뿐이다. 일상생활에 있어 손자들이 아니면 어떻게 소통하나 싶어 은근히 걱정스럽다.
> 카트에 그득한 물건 값은 96.35$이다. <지금은 이 당시보다 평균 10%이상 오른 물가에 환율도 700대에서 1400원대니까 손가락 산술을 해도 족히 곱절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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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낮에 소나기가 쏟아졌다. 택시 승강장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딱 40분 만에 순서가 왔다. 그런데 우리가 탈 택시 다음 택시가 현대차다. 뒷사람에게 내 차례를 양보하고 우리는 현대마크가 붙은 택시를 탔다. 아내와 손자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으나 그 해답은 곧 풀렸다.
> 나는 손녀를 통해 언제부터 한국자동차를 택시로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한 2년쯤 된다고 했다. 차 성능도 일본차에 못지않고 값도 좋아 회사에서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잘 쓰고 있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굳’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택시는 콘도입구에서 멈췄다. 우리나라 서민 아파트 형태와 다른 점은 처마 안까지 승용차가 드나들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 오늘은 비록 자동차 안에서나마 낯선 거리를 구경하고 대형마트의 규모와 형태도 보았다.
> 잠이 적은 늙은이에게 밤의 일거리가 생겼다.
> 오늘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하는 작업이다. 그래픽 메모리 용량이 적은 노트북이라서 HD고화질을 그대로 편집할 수가 없어 mpeg2로 변환하는 시간도 만만찮게 걸린다.
> 컷마다 쓸 것과 버릴 것을 고르는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영상을 이어 붙이고 알맞은 배경음악도 골라서 깔고 형형색색의 문자도 새겨 넣는다. 작업에 심취하다보면 날밤을 새우기 일쑤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이 지금은 30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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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는 말씀 : 두 번째 글에서도 많이 성원하여주신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보내주신 쪽지가 네게는 아주 소중한 보물이 될 것입니다.
>늘 걱정하던 환율이 USD 1400, SGD 950선에 머무르고 있어 그나마 좀 낫습니다. 제발 800원대만 되기를 고대합니다.
> 늘 건강하고 행복하신 나날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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