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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요라면 우리에게 어떤 충고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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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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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싱가폴에 여행을 간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이때 두 가지 인상 깊은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는 자정을 넘은 한 밤 중, 호텔 창문을 통해서 내다본 거리의 교통 질서였습니다. 인적이 거의 끊긴 거리였으나 지나가는 차량들이 신기할 정도로 신호를 잘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서울의 교통질서도 세계 어느 대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25년 전은 사실 엉망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창가에 붙어서 지나가는 차량들의 준법운행을 지켜보았고 덕분에 다음날 늦잠을 잤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다음날 아침 늦잠에 쫓겨 서둘러 참석한 회의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일행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야 베개 밑에 두고 온 여권과 지갑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면서도 절반은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돈은 그만두고 여권과 비행기 표만이라도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호텔에서 저를 기다린 것은 동전 한 푼도 유실되지 않은 채 잘 보관된 소지품 일체였습니다. 방을 치운 종업원에게 사례를 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담당 지배인은 끝까지 사양을 했습니다.

25년 전 한국의 호텔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어떤 결말이 맺어졌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날의 청소 담당자가 누구였느냐에 따라 답이 달랐으리라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이 여행을 통해 싱가폴의 질서의식과 국민의 정직성을 체험하면서 내심 부러움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후 싱가폴의 발전은 계속되어 아시아에서 국민소득은 제일 높고 부정부패는 거의 없는 모범국가로 발돋움함으로써 세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싱가폴의 발전 이면에는 정치지도자 이광요 수상의 리더십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비록 비판자들에 의해 철혈재상 혹은 독재자라는 비난을 듣는 경우가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광요는 고독한 섬나라를 경제선진국으로 변화시킨 기적의 리더입니다.

싱가폴은 마시는 물까지 이웃 말레이지아에서 사다 먹는 자원빈국입니다. 또한 2차 대전 이후에 독립한 가난한 신생국이었습니다. 그런 싱가폴이 이광요의 리더십에 힘입어 기적을 이룬 것입니다.

민주사회의 국가 지도자는 능력과 청렴성 그리고 민주적 리더십의 세 박자가 요구됩니다. 이광요의 경우는 이 중 능력과 청렴성 두 가지가 뛰어난 인물입니다.

만약 그가 민주적 리더십까지 갖추었더라면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라도 확실히 갖추었기에 오늘날의 싱가폴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한국의 역대 대통령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아쉽게 느껴지는 점이 많습니다. 대부분 유능하지도 청렴하지도 못한 채 임기를 마감했기 때문입니다. 이광요라면 요즈음의 한국에 대해 무슨 충고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2003.9.8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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