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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구려 패키지여행 알고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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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촌 (han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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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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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의 구조
현재 단체해외여행은 국내 여행사 현지 여행사 현지 가이드 등 3단계 구조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여행사간, 현지 여행사간 과당경쟁으로 저가 상품이 쏟아지다.
먼저 국내 여행사가 단체 해외여행객을 모집한다. 이 과정에서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일부 여행사들은 거의 왕복항공권 요금 수준으로 여행상품 가격을 책정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태국 3박4일 상품일 경우 국내 여행사가 책정한 최소한의 요금은 57만5000원(비수기 기준)정도이나 29만~39만원짜리 상품도 있다. 정상적인 요금은 ▲왕복항공료 30만원 ▲랜드사에 지급하는 체재비 20만원 ▲인천공항세 1만원 ▲여행자보험 1만5000원 ▲여행사 수수료 5만2000원을 합한 가격이다.
국내 여행사는 모집한 관광객을 현지 여행사(일명 랜드사)에 연결시킨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때 1인당 10만~20만원 정도의 체재비를 랜드사에 지급해야한다. 체재비는 관광객 1명의 호텔ㆍ관광ㆍ식사ㆍ교통ㆍ가이드 비용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여행사는 현지 랜드사에 체재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주더라도 1인당 1만5000~2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결국 관광객의 체재비를 못받은 랜드사는 관광객이 입국한 이후 이들로 부터 나머지 돈을 뽑아내야 한다. 호텔 등급을 낮추고 쇼핑ㆍ선택 관광을 늘릴 수밖에 없고, 쇼핑을 강요한다. 일반적으로 랜드사는 관광객 쇼핑액의 20~25%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랜드사로부터 한푼도 받지 못하는 가이드 또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수익을 챙겨야 한다. 가이드가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관광객 쇼핑 수수료, 옵션관광 수수료, 팁 등 3가지로 나뉜다. 팁일 경우 10명의 단체관광객이라면 통상 200달러(24만원) 정도를 받는게 관행이다.
◆왜 터무니없는 저가 상품 나오나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래 ‘그곳에 가서 즐긴다’라는 품질 차원이 아니라 ‘그 곳에 가봤다’는 기록 남기기 위주의 여행으로 흐르면서 저가 패키지 상품이 대중화됐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64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싸구려 해외여행 상품이 쏟아졌고, 이로인해 1990년대 초까지 해마다 소비자 불만이 이어졌다고 한다.
저가 단체해외여행 양산 바탕에는 업계의 과당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경쟁사보다 한 푼이라도 싼 값에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저가 상품 판매는 ‘종속 관계’에 있는 현지 랜드사에 체재비를 안주거나 적게 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지 랜드사 가운데 무등록 업체가 적지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동남아지역 랜드사의 사장은 “과당경쟁 속에서 일부 랜드사의 한국 여행사에 대한 덤핑 입찰이 문제”라면서 “이들 업체는 한국 여행사에 아예 체재비를 조금만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랜드사는 현지에서 쇼핑ㆍ선택관광을 관광객에 강요하고, 이를 통해 본전을 뽑아낼 수 밖에 없다는 것. 한 관계자는 “30만원짜리 상품으로 온 관광객에게 마음만 먹으면 30만원 이상 추가로 뽑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태도도 이같은 악순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저가 상품 판매에 치중하고 있는 국내 여행사들은 “경쟁이 치열해 고가 상품을 내놓아도 수요가 적다. 고객이 떨어져 나갈까봐 값싼 상품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 여행사 사장은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관광상품을 찾기 시작하면 여행업계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관련 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패키지 상품을 고발하는 글이 적지않게 올라오나 “싸구려 여행이란 것을 알고 갔다면 싼게 비지떡인 만큼 소비자가 감수해야한다” “돈 낸 것보다 더 바라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라는 비판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 방지책
여행업계에 15년째 몸담고 있는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않으려면 정부가 정한 표준 여행계약서를 사용하는지, 쇼핑 횟수는 몇 번인지 등 스케줄이 정확히 적혀있는지, 묵을 호텔 이름을 명시돼 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도 지난 8월 해외패키지 상품 실태에 대한 조사 뒤 여행사가 가격을 제대로 표시하지않고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선택관광을 강요하는 사례가 되풀이 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단순 가격비교 자제 ▲등록된 여행사 여부 확인 ▲계약서 내용 체크 ▲피해발생 시 근거자료 확보를 당부했다.
2003.8.27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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