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8
- 기타
- [조기유학 열풍] "입시지옥 탈출" 카메룬까지 간다
페이지 정보
- 한국촌 (hansing)
-
- 5,566
- 3
- 1
- 2005-09-04
본문
말레이시아의 영국계 국제학교 세이폴(Sayfol)에는 한국 학생 250여명이 재학 중이고, 미국계인 콸라룸푸르 국제학교(ISKL)에는 500여명이 있다. 또 가든 인터내셔널 스쿨(GIS), 몽키아라 스쿨(MKIS) 등에는 한국인 비율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말레이시아의 조기 유학생 수는 3000명 이상으로 절반 정도가 초등학생이고 나머지는 중고생이다. 6개월 전 말레이시아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중 3년 정승수(15)양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처음에는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면서 “엄마가 보고싶을 땐 컴퓨터 화상 채팅으로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조기유학을 할 경우 장점은 먼저 학비,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1년 학비가 300만원부터 1500만원까지 드는 다양한 국제학교가 있어 예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학제는 영국식 국제학교의 경우 11년, 미국식 국제학교는 12년을 기본으로 한다.
▲ 말레이시아 켐파카 국제학교.
두 번째는 이슬람 국가이기에 향락·퇴폐 문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바들산 유학원’의 차은규 말레이시아 지사장은 “음주와 성문화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하다”면서 “TV에서 외화를 방영할 때도 베드신과 욕설은 꼭 삭제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으로의 대학 진학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는 말레이시아 소재 대학들이 운영하는 트위닝 프로그램(Twinning Program·공동 학위 제도) 때문이다. 이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의 대학과 계약을 맺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대학에서 일정 학점까지 이수하고 외국 대학에 편입해 남은 기간을 마친 후 학위를 받는 제도.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영국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진학하기가 용이하다고 한다.
네 번째는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인종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중국계가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실생활에서 중국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학교에서도 외국어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도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싱가포르 역시 유치원 과정부터 영어와 외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 또 TV에서 영어방송을 할 때는 중국어 자막을 내보내고 중국어 방송을 할 때는 영어 자막이 나오기 때문에 두 개의 외국어 학습에 좋은 도구가 된다고 한다. 특히 공립의 경우 학비가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초등학교는 월 5만5000원, 중학교 8만원, 고등학교 15만원 선이다. 다만 생활비는 한국 수준으로 든다.
신세기 유학원 이진 원장은 “작년보다 싱가포르로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2배나 늘었다”면서 “한두 곳에 불과했던 싱가포르 전문 유학원도 10여곳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우열반으로 나눠 영재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진짜로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저학년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응하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우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 유학생들이 예비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초등학생은 3개월 정도면 입학이 가능하나 중학교 이상의 입학생은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예비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공립학교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입학할 수 있고, 통상적으로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4학년은 입학이 허용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학제는 초등 5학년, 중등 4학년, 고등 2학년을 근간으로 한다.
인도의 교육제도는 대학 진학 전까지 12년 과정으로 구성돼 있는데, 초·중등 과정 10년은 의무교육 기간이고 고등 과정인 11~12학년은 대학 입시 준비를 한다. 이는 국제학교도 동일한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다. 학비는 기숙사비를 포함해서 연 300만~1400만원 정도로 역시 저렴한 편이다.
인도의 학교는 공립과 사립으로 나뉘는데 국제학교로 알려진 대부분의 학교는 사립학교라 할 수 있다. 그 중 한국에 잘 알려진 학교는 ‘소공녀’가 다녔던 우드스탁국제학교. 미국의 여성작가 프랜시스 버넷의 소설 ‘소공녀’의 주인공 세라 크루가 다닌 학교로 선교사들이 만든 사립학교다. 또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 있는 인더스 국제학교에는 초·중·고 전교생 500여명 중 50명 정도가 한국인이다. ‘인도유학닷컴 KNG’ 서선교 팀장은 “인도의 국제학교는 한국의 민족사관학교 형태와 같은 기숙학교로 주로 전원이나 산림 속에 자리잡고 있다”면서 “인도를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적 사대주의를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도는 ‘0’의 개념을 발견한 나라답게 수학과 IT(Information Technology)가 강하고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영국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에 진학하기가 쉽다.
‘아프리카 속의 유럽’ 또는 ‘아프리카 속의 흑진주’라고 불리는 남아공도 영국식 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남아공의 학제는 초등 7년, 중등 2년, 고등 3년을 근간으로 한다. 그런데 조기유학을 오는 21세 이하의 학생은 가디언(Guardian·후견인)이 필요한다. 가디언의 자격은 남아공 시민권자, 영주권자로 한국에서 온 조기 유학생들은 주로 교민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다.
‘라우월드’ 이진경 팀장은 “남아공에서는 영어 학습과 함께 음악, 골프 등 예체능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공립의 경우 초등학교는 연 100만~200만원, 중·고교는 연 200만~300만원으로 학비가 저렴하다”고 말했다. 남아공은 세계적인 프로골퍼 어니엘스, 레티프 구센, 로리 사바티니, 트레버 이멜만 등을 배출한 골프 강국이다. 전국적으로 등록된 골프장이 900개가 넘고 비용도 저렴해 특히 조기 골프 유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뉴질랜드는 유학시장에서 꼽는 5대 영어권 국가(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중에서 물가가 가장 싸다. 학비와 생활비를 합쳐 1년에 1000만~2000만원 정도로도 지낼 수 있다고 한다. 1년이 4학기로 1, 4, 7, 10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 사이에 2주간의 방학이 있다. ‘유학뱅크’에서는 “호주의 경우 최근 학교 안으로 마약 감시견을 들여보내는 것을 허락했을 정도로 학생간의 마약 거래가 빈번하지만 뉴질랜드는 아직까지 마약으로부터 안전지대”라면서 “유흥시설이 적어 청소년 탈선율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제3세계 유학’ 선두를 달려왔던 필리핀의 경우 리조트가 밀집한 세부 지역이 급부상하고 있다. 두 자녀를 이곳으로 조기유학 보낸 회사원 정현준(가명·40)씨는 “최근 한인 아파트촌이 형성돼 미리 가있던 처제에게 아이들을 맡겼다”면서 “학비가 월 50만원 이내이고 수영, 피아노, 영어 개인교습비 등도 매우 저렴하다”고 말했다.
영어권 이외의 조기 유학지로는 단연 중국. 한국 기업의 지사가 꾸준히 설립되는 것도 한몫 했다. 중국에서 조기유학을 하는 경우는 세 가지. 첫 번째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정부의 승인을 받아 운영되는 국제학교가 있다. 연간 수업료는 1500만~2000만원 선으로 비싼 편이다. 두 번째는 중국 학교 안에 ‘국제부’를 지정해 별도의 교과과정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연간 수업료는 500만~1000만원. 세 번째는 외국 학생의 수용이 허가된 ‘비준학교’. 수업은 중국 학생들과 똑같이 하지만 연간 수업료는 500만원 내외. 일반 중고교 연간 수업료가 10만원 정도니까 상대적으로는 비싼 편이다.
이같은 조기유학이 외화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역시 한국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증가하는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유학 4년차인 고2년 김영회(18)양은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서 과외를 안 받아도 되니까 스트레스가 적다”면서 “방과 후에는 운동, 독서 등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유학 중인 김형주(14) 군은 2년간 자신을 맡아준 외삼촌이 더이상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원해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갔다. 영어공부만을 위해 유학온 것이 아니라는 그는 “암기를 강요하는 한국에서 교육받기 싫다”면서 “적성을 살려주는 미국 교육에 매력을 느꼈고 이곳에서 대학원까지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원폭력 때문에 조기유학을 떠나게 된 경우도 있다. 대기업 간부인 이준석(가명·49)씨는 “딸이 ‘일진회’에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고는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 카메룬으로 조기유학을 보냈다”면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조기 유학생들이 쉽게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중등·고등 과정을 마치고 런던대에서 미디어를 전공 중인 윤재원(23)씨는 “1999년 조기유학을 왔을 때 같은 반 흑인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해 다음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경험이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않아 영국 학교에 적응하게 됐고 독서, 토론, 논술 위주의 수업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어 대학까지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아이’ 미셸 킴 원장은 “조기 유학생들이 외국인들의 장점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긍정적인 문화에 일단 한번 적응하게 되면 어떤 문제든지 스스로 해결하려는 독립심이 길러지는 것 같다”면서 “유학원을 운영하며 느낀 바가 있어 내 딸 역시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들지 않기위해 조기유학을 보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5.9.4
댓글목록
일침님의 댓글
일침 ()싱가포르의 학제는 초등 5학년, 중등 4학년, 고등 2학년을 근간으로 한다''''를 초등학교 6년으로 정정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