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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욕 국가 싱가포르의 대변신] 향락업 풀어 신나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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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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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중심부 모하메드 술탄 로드 15번지. ‘코요테 어글리(Coyote Ugly)’, ‘CU’ 등 20여개의 디스코·나이트클럽이 몰려 있는 ‘젊음의 해방구’다. 지난 17일 밤 11시쯤 이 일대는 평일인데도 수백명의 청춘 남녀들이 모여들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외국 기업 직원 피오나 리(23)양은 “매주 수요일은 공짜로 입장해 음료수와 맥주 등을 마음껏 마시는 ‘레이디스 나이트(lady’s night)’”라며 “바 톱 댄스(Bar Top Dance·스탠드 바 무대 위에 올라가 춤추는 것)를 즐기며 남자 친구도 사귄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시내 모하메드 술탄 로드의 한 나이트클럽 앞에서 미처 입장하지 못한 20~30대 청춘남녀들이 클럽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송의달특파원

싱가포르에서 성업 중인 클럽은 줄잡아 70여개. 1년 반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24시간 클럽도 속출하고 있다. 호텔 종업원 닐 파이잘(26)은 “게이 바, 레즈비언 바는 물론 ‘천안문’ 같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대형 노래방이 생겨 밤문화가 화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밤마다 시내를 질주하고, 엔터테인먼트단지인 클라크 키(Clark Quay)에서는 큰 새총으로 사람을 공중으로 쏘아올리는 ‘역(逆)번지 점프’가 각광받고 있다.

아시아의 ‘금욕(禁慾) 도시국가’이자 ‘재미 없는 나라’의 대명사인 싱가포르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키워드는 ‘재미’(fun-loving)와 ‘재창조’(re-invention). 총지휘자는 리셴룽(李顯龍) 총리다. 리 총리는 지난 9일 독립 40주년을 맞아 “전 세계가 변하고 있는데,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20년 뒤 우리는 어디에 있겠느냐”며 “싱가포르를 ‘재창조의 도시’(city of re-invention)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40년 동안 금했던 도박산업을 풀고 30억달러(약 3조원)를 들여 시내 중심부에 카지노·고급 호텔·쇼핑몰 등 15만평 규모의 리조트단지를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12월에는 프랑스의 명물 카바레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클라크 키에 문을 연다. 10년 후인 2015년 지금의 두 배인 17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300억 싱가포르달러(약 18조원)의 관광 수입을 올리자는 목표다.

변화의 배경에 대해 무드 로스탐 싱가포르관광청 국장은 “사회가 너무 무미건조해 상하이(上海)·홍콩·마카오 등에 비해 관광객 유입이 지지부진하고 사회적 활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자유와 개방 쪽으로 완전 ‘유턴’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이달 들어 남성 동성애를 옹호하는 2인조 가수의 콘서트가 금지됐다. 또 반체제 정치인을 소재로 한 단편 영화 ‘싱가포르의 반역자’의 제작자 마틴 세 감독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겔랑에 있는 공창(公娼)가의 경우 새벽 2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돼 있다. 껌 씹기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하며, 내년부터 식당 등 공공장소의 흡연은 금지된다. 사회의 활력과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규제는 과감히 풀되 근본 가치는 한치의 양보 없는 양면성이 건국 40년을 맞은 싱가포르의 현 주소이다.

2005.8.2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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