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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판·노름판 된 싱가폴행 비행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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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촌 (han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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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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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라면 양잿물도 마다 하지 않는다더니, 내가 앉은 이코노미석 중간 여기 저기서 중년의 아저씨들이 온갖 종류의 술을 마구마구 주문해 마셨다. 그들은 이쪽 저쪽에 앉은 일행들과 소리를 지르며 ‘무슨 무슨 술을 시켜 먹어라’ ‘위스키를 한 잔 더 마셔라’며 떠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내 바로 뒤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사람은 여자 승무원에게 “화투를 가져 오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당혹스런 표정의 여승무원이 간 후 남자 승무원이 와서 “화투는 이미 10년 전부터 기내 반입이 금지됐다”고 설명하자 아저씨들은 “그럼 카드라도 달라”고 했다.
이 아저씨들은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카드 놀이를 시작했다. 도저히 깨어 있을 수가 없겠다 싶어 좌석을 젖힌 후 잠을 자려고 하자, 아저씨들은 승무원을 불러 내 좌석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미안한 표정으로 부탁하는 승무원 때문에 의자를 세웠다. 뒷좌석 아저씨들은 끝내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승무원이 나중에 내 손을 잡고 사과를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어떤 가족은 기내의 베개로 베개 싸움을 하다가 다른 좌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에 베개를 던졌다. 또다른 가족의 아이들은 이어폰을 통해 나오는 음악을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떠들어 대는 비행기 안은 한마디로 악몽 같은 ‘고문’이었다. 이런 습관은 여행지로까지 이어졌다. 여행 다니며 아이들의 떠드는 목소리는 가이드 목소리보다도 더 시끄러웠다. 법과 원칙과 예의 범절에 철저한 싱가포르 사람과 비교하니, 내 얼굴은 더욱 화끈거렸다.
앞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갈 것이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를 위해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를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그 필요성을 웅변해주었다.
(전윤정 33·회사원·경기 김포시)
2003.7.2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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