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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차기총리 확정 취임도 하기전 ‘中國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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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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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2일 싱가포르 총리로 취임하는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대중(對中) 관계 악화라는 복병을 만나 그의 외교력 발휘가 시험대에 올랐다. 리 부총리는 지난 10일 장즈셴(張志賢) 국방부 장관 등을 대동하고 대만을 비공식 방문, 4일 동안 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 유시쿤(游錫坤) 행정원장,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 등을 만나 중국의 반발을 샀다.

리 부총리는 중국 정부에 대만 방문 계획을 사전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셴룽 부총리는 “중국이 방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싱가포르의 독자성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강행했다”고 말했다.

대만 언론들은 이와 관련해 리 부총리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양안(兩岸) 관계, 국방군사 협력 문제를 집중논의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1975년부터 ‘성광(星光)계획’이라는 군사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3만여명의 싱가포르 군인들이 신주(新竹)·윈린(雲林) 등 대만 내 3개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종합적으로 리 부총리의 대만 방문은 총리 취임 전 역내 교류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싱가포르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외교 관계가 고립된 대만을 최근 방문한 비수교 국가 중 최고위급 정부 인사이다.

중국은 리 부총리의 대만 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고 강력히 반발하며 잇따라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은 당초 예정했던 싱가포르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또 중국 각 지방 도시의 시장을 포함한 고위관료 126명의 싱가포르 연수계획도 최근 취소됐다고 19일 신화사 등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외교부 발표를 통해 “리 부총리의 대만 방문은 중국과 싱가포르 관계에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 모든 책임은 싱가포르측에 있다”고 경고했었다.

고촉통(吳作棟) 총리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을 리 부총리는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초대 총리의 장남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미국 하버드대 졸업, 예비역 공군 준장, 38세 부총리 같은 경력이 보여주듯 ‘문무를 겸비한 인재’로 평가된다. 실제 영어·중국어·러시아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겸하며 싱가포르의 ‘경제 차르(tsar·전제 군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10년 넘게 지도자 수업을 받은 셈이다.

관건은 외교 분야 이외에 경제 부흥과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올 상반기 실업률은 4.5%로 작년(5.9%)보다는 크게 개선됐지만 1990년대(1.4%)와 비교하면 많이 미흡하다.

2004.7.19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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