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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부근성 못고치면 반한감정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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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촌 (han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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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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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발(發) 반한 감정이 한국인의 안전 뿐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AKIA의 협박 다음날인 9일 현지 교민들에게 외출시에는 주변 친지에게 행선지를 알려달라 고 당부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15일 마닐라 지역에서 한국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 계획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눈에 띄는 옷차림으로 주위 시선을 끄는 일이 없도록 하라 고 경고했다.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는 한국인들은 이같은 반한(反韓)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3월 필리핀에 진출한 ‘대교’ 필리핀 지사 노진훈 사장은 아직은 반한감정 때문에 사업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면서도 하지만 반한감정이 심화되면 우선 필리핀 내 한인사회 경제부터 흔들릴 수 있다 고 우려했다. 한국 관광객의 감소, 교민사회의 경기 침체 뿐 아니라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한국인이 관련된 범죄가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에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윤영대(28)씨는 일부 한국인의 추태가 신문에 게재될 때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한국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고 우려했다. 10년간의 필리핀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유학생 손보람(27)씨는 현지인들은 ‘한때 필리핀이 한국보다 잘 살았던 적도 있는데, 빨리 성장한 한국이 너무 건방지다’라는 말들을 한다 고 말했다.
손씨는 마닐라에선 강도, 강간범의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는데, 한번은 신문 1면에 ‘한국인, 한국인 살해’라는 제목의 기사와, 한국인 두명이 목에 죄수번호를 걸고 서로 노려보고 있는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 며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고 말했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측은 최근 필리핀 언론에는, 유흥주점에서의 소란 행위, 골프장에서의 추태 등 우리 국민과 관련된 각종 불미스런 사건이 연일 비판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고 우려했다.
현 시점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위험수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의 조희용 총영사는 그러나 반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인들의 ‘졸부 근성’에 대한 혐한(嫌韓) 감정은 어느 정도 퍼진 것 같다 며 대사관과 한인회는 계속 계도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전국 각지에서 일부 한국인들의 ‘사고’가 끊이지 않아 역부족 이라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17일 필리핀에 체류중인 우리 국민은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달라 고 당부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마닐라의 임인택 무역관장은 동남아에 온 한국인들이 우월감을 갖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것이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필리핀 한인회는 지난해 한인업소를 중심으로 ‘한국인 체면 지키기’ 캠페인을 벌였다. 임 관장은 이같은 문제가 아시아 전체에서 누적돼 왔기 때문에 어느 순간 폭발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며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의식을 계도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2004.2.2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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