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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反韓감정 확산…"체면 지킵시다" 캠페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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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촌 (han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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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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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만취한 한국인 한명이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가라오케 웨이터 2명을 폭행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차 문을 발로 차고, 한국말로 소리를 질렀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최근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의 한 술집에서 프로골퍼 전호상(38)씨가 주점 종업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러 숨졌다. 현지 교민들은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는 일부 한국인들의 ‘추태’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한인회는 지난해 교민들이 운영하는 업소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체면을 지킵시다’, ‘좋은 한국인이 됩시다’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한국인 골퍼 4명은 필리핀 앙헬레스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인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한 혐의로 이민국 수용소에 구금됐다. 앙헬레스 지역은 한국 골퍼들이 대거 몰리는 곳으로, 주민들 사이에 반한(反韓) 감정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에 온 한국 관광객들의 추태는 골프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필리핀에서 골프투어 회사를 운영하는 오제이(Jay·44)씨는 “손님의 90%는 골프가 끝나면 ‘밤문화’를 경험할 수 있느냐고 물어온다”고 말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17일 “우리 국민의 무분별한 행동은 필리핀인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며, 필리핀 한인사회 전체와 국가 위신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1년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선 라마다 기간 중에 편법으로 운영되는 가라오케에서 간 한국인들이 폭탄주를 돌린 뒤 만취, 여종업원에게 윤락을 강요하다 거부당하자 난동을 부린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한 필리핀 유학원 관계자는 “한국인 골퍼들은 술 먹고 한국말로 욕을 하거나, 캐디의 얼굴에 팁을 던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경기 중 현지인 캐디에게 “야, 이 X야, 볼도 못 찾냐” 등 거친 한국말 욕설을 하기도 한다는 것.
아예 한국에서부터 1.5ℓ짜리 소주병을 준비해 오는 한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다는 게 현지 가이드들의 전언이다. 주로 태국 방콕을 찾는 A여행사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 내내 술을 마시고 고성을 내지르는 남자 손님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낮에는 벌개진 얼굴로 버스 안에서 코를 골며 자고, 밤에는 현지 술집과 가라오케를 순례하는 것이 이들의 기본 패턴이라고 한다.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추태가 현지인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투자가 시작된 1968년부터 2003년까지 가장 많은 해외투자가 이뤄진 지역은 아시아였다. 투자건수에 있어서는 중국과 미국, 일본을 제외하면 필리핀(3.4%), 인도네시아(3.2%), 베트남(2.2%), 말레이지아(1.5%), 태국(1.4%)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상위권. 그만큼 이 지역에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다는 얘기다.
최근 스리랑카의 가방생산업체인 W사의 사업주는 카지노에 빠져 있다가 회사가 기울자 한밤에 몰래 도주했다. 이에 격분한 현지 근로자들은 한국인 직원을 납치해 감금하고 한국 대사관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해 노동부와 외교통상부, 국제노동재단, 한국영영자총협회, 한국노총 등 5개 기관이 스리랑카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의 노무관리 실태를 공동 조사한 결과 나온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민주연대가 펴낸 해외 한국기업 인권백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봉제업체 직원 수백명은 “사장이 도망가 30억루피(약 5억원)의 임금을 못 받았다”며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핸드백을 만드는 베트남 L사의 한국인 부사장은 회사 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다고 수위를 심하게 폭행해 당국에 여권을 압수당했다. 베트남 S사 한국인 관리자는 여직원들이 작업장에서 잡담을 했다며 신발로 뺨을 때렸다가 강제 추방됐다.
한국인 불법체류자도 현지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동남아 각국의 한국대사관 게시판에는 ‘수십억원을 사기치고 도주한 XXX를 찾습니다’, ‘내 돈 떼먹고 도망간 ▲▲▲를 잡아달라’ 같은 민원성 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일에는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귀국하던 한국인 33명이 여권에 위조 출입국스탬프를 찍은 것이 발견돼 출국이 금지되고 이민국 수용소에 수용되기도 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측은 5일 “불법체류문제를 편법으로 해결하려다 주재국 당국에 적발되는 경우, 조력제공에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조희용 총영사는 18일 “동남아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일부 무분별한 관광객 때문에 한국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훼손되서는 안될 것”이라며 “골프장 뿐 아니라 관광지, 공항 등에서 한국인이 현지인과 마찰을 빚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2004.2.19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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