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초등학교 졸업시험의 점수 시스템이 2021년부터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초등학교 졸업시험 성적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진로와 중학교에 지원한다. 중학교부터는 익스프레스(Express), 노멀 (아카데믹) [Normal (Academic)] 과 노멀 (테크니컬) [Normal (Technical)], 세 가지 진로가 있는데, 통상적으로 성적이 높은 순으로 익스프레스, 노멀 (아카데믹), 노멀 (테크니컬)에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이 시험의 성적에 따라 학생들이 다른 학교와 진로로 분류되고, 이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이 졸업시험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2020년까지 이 시험의 점수는 영어, 수학, 과학, 제2외국어 총 4개 과목의 점수를 종합해 300점 만점의 성적을 내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이는 상대평가로, 자신의 점수가 아닌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잘했는지가 더 중요했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과목마다 점수의 구간 별로 Achievement Level(AL)로 불리는 등급을 부여해 네 과목의 등급들을 종합해서 성적을 낸다. 예를 들어 한 과목에 90점 이상을 맞는 학생은 다른 학생들의 점수와 상관없이 1등급을 받는 것이다. 등급은 가장 높은 1등급부터 8등급까지 있으며, 가능한 종합 점수의 범위는 가장 좋은 4점에서 가장 나쁜 32점까지다.

이번 개편으로 교육 내용과 방식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또한 중학교와 진로 배정 방식 기준에도 변화는 없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의 주 의도는 학생들 사이에서 경쟁과 성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전의 300점 만점에서 1점 단위로 성적이 달라지는 방식과 비교해서 이번 방식은 받을 수 있는 점수의 범위가 훨씬 좁아지기 때문에 성적 분류의 세분화를 줄일 수 있고, 남들과의 경쟁보다 자신의 성취 결과에 집중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초기부터 학생들을 분류해서 가르치는 방식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시스템이 사교육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성적과 경쟁 때문에 너무 큰 부담을 받는다는 우려가 커지자 교육의 의미가 성적에만 집중되지 않게 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을 내놓았고, 이번 개편도 그러한 대안들 중 하나다. 2012년에는 매해 초등학교 졸업 시험에서 전국 수석의 이름을 더 이상 발표하지 않기 시작했고, 근래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보는 시험의 수를 축소했다.

하지만 교사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과연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성적과 경쟁의 부담을 덜고, 학생들이 성적보다 포괄적인 배움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록 점수 시스템은 바뀌었지만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중학교들이 그렇지 않은 다른 학교들에 비해 더 좋은 시설이나 지원 환경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성적을 지금보다 덜 중요시하는 효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싱가포르 교육대학교의 제이슨 탄(Jason Tan) 교수는 “싱가포르의 교육 시스템은 아직 학생들을 여러 학교들과 등급으로 나누기 위한 도구”라며 “이번 개편이 학업 성적에 대한 집착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싱가포르 교육당국은 이번 개편을 올해부터 도입하기 위해 지난 2016년 개편 계획과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새로운 시스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을 두기 위해서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옹 예 쿵(Ong Ye Kung) 현 교통부 장관은 2019년 한 인터뷰에서 “이번 개편을 통해서 바뀌는 것은 점수를 매기는 방식뿐이고, 가르치는 과목, 내용이나 방식에는 전혀 변화가 없기 때문에 큰 혼란이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본 기사는 EBS 글로벌 뉴스에 게재된 기사(박정우 글로벌 리포터)로 사용 승인 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