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의 현실적인 패션 마켓 수준은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일지 모르나 상대적으로 잠재성이 크고 수요/공급의 포화에 경쟁이 심화된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은 듯 합니다. 글로벌한 시점으로 패션 산업을 읽는다면 한국보다는 입지가 좋은 편인 듯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글로벌화를 원하는 브랜드들이 모여드는 곳이죠. 홍콩처럼 쇼핑의 천국이다 보니 글로벌 브랜드들이 (본인들의 브랜드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구요. 좋은 입지 때문에 현실적인 수준에 비해 정부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기업의 (인재 육성/패션 산업 발전에 대한) 투자도 상당한 편입니다.

저는 처음에 패션 디자인과 패션 마케팅을 놓고 많이 고민을 했는데 디자인은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미친 열정과 노력이 있어야만 조금 길이 보일 것 같더군요. 저는 둘 다 자신이 없었고, 또 패션 마케팅이 조금 더 선택의 폭이 넓을 것 같아서 결정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패션 마케팅의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은 때라 패션디자인 전공자들이 패션 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했었죠. 개인적으로 패션 마케팅을 전공하는 것이 패션쇼 디렉터, 패션 매거진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visual merchandiser, 바이어 등 다양한 패션 분야로 진출하는 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폴에는 크게 래플즈/라셀/NAFA 3개의 디자인/아트 컬리지가 있습니다. 패션마케팅을 포함한 패션저널리즘, 패션커뮤니케이션 등 세분화 된 다양한 전공 과정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세분화 된 것보다는 조금 포괄적인 패션마케팅을 전공으로 선택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크게 패션 + 마케팅을 배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패션 업계 쪽은 물론, 굳이 패션이 아닌 다른 업계에서도 재미난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패션 마케팅을 전공했기 때문에 조금 더 크리에이티브한 접근이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시각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패션 전공 하고 싶은데 패션 디자인은 자신이 없고 그나마 쉬울 것 같아서, 아니면 그냥 있어보여서 패션 마케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참담합니다. 전공을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옵니다. 솔직히 말하면 싱가폴은 패션 쪽으로든 디자인 쪽으로든 비주얼에 대한 감각과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고 온 저는 한국에서 보통의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상당히 큰 혜택을 누렸습니다. 졸업 작품전에서 교수에게 완성도가 월등하다며 극찬을 받았지만 한국 학생들의 졸업 작품에 비하면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영어를 제외하면 싱가폴에서 공부하는 게 훨씬 더 쉬울 겁니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의 수준에 욕심이 있다면 끊임없이 한국 친구들의 수준을 보고 스스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 곳에서 칭찬받는 수준에 만족한다면 도태됩니다.

왜 래플즈를 선택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라셀을 추천합니다. 지난 주에 졸업 작품전을 다녀왔는데 래플즈와 수준/규모 차이가 엄청나더군요. 래플즈는 돈만 내면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영어 못하면 영어 코스 함께 들으면 됩니다. 하지만 3년 과정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낙제로 인해 결국 4년을 채우더군요) NAFA는 국립입니다. 제가 처음 왔을때는 외국인 학생에게 80%의 학비를 지원해주고 졸업 후에 약 3년간 싱가폴 취업을 조건으로 하는 장학제도가 있었습니다. 엄청난 메리트죠. 그리고 라셀은 래플즈처럼 외국계 사립학교입니다. 패션/디자인 뿐만 아닌 춤, 노래 등 음악쪽으로도 유명합니다. 입학시에 포트폴리오 제출이 필수입니다. 즉, 온다고 다 받아주지 않고 학생을 선별해서 받습니다. *아, 래플즈는 최근 캠퍼스를 클락키 쪽으로 옮겼습니다.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 당연히 더 좋아졌겠죠?

저는 래플즈 패션마케팅 졸업생이구요. 3년 과정 4년 만에 졸업했습니다. 첫 1년은 영어 때문에 지옥에서 사경을 헤맸습니다. 솔직히 농땡이도 많이 부렸습니다. 하지만 졸업 전시회 1위 했습니다. 졸작으로 선택했던 인터네셔널 브랜드에 취직해서 한국 지사 대표로 승진했고, 다시 싱가폴로 돌아와 다른 곳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픽 디자인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만약 진작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정보와 조언을 나누어줬다면 제가 조금 덜 고생을 할 수도 있었다는 마음에 마구 떠들었습니다. 아직 입싱한 것도 아니고 고등학생 같은데 이렇게 커뮤니티에 찾아와 물어볼 정도면 자립심이 있는 친구 같아서 기특하기도 했구요. 스스로에 대한 욕심이 있는 친구라면 개인적으로 라셀을 추천합니다. 그 외에도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쪽지주세요.

답변자님.멋지세요.글속에 애정어린 조언이 느껴집니다.
훈훈합니다~~.

답변자님 멋있어요~ 좋아요 버튼있으면 누르고 싶네요 :)

정말 답변 읽고 감동하고 갑니다. 저와 상관 없는 답글인데도 정독하게 되더라는...
멋져요~!!!

첫번째 답변자님 멋잇으시네요 :) 넉살 좋게 생기셨을거 같아요 :)

치킨 좋아하실거 같아요 :)

네 저 치킨 매우 좋아합니다 :)

저두.. 쿡님 답변에 '조아요' 누르고 갑니다.. 꾸~욱~~!! *^^*

shyun8792님 답변 잘읽었습니다. 쪽지보냈으니 확인 부탁드려요.

서로 돕고 칭찬하는 모습...흐뭇흐뭇

쿡님 답변에 경의를 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