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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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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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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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27일
7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나에겐 스쿼시 입문이었다.

그해 8월부터 12월까지는 거의 매일 같이 스쿼시장을 찾아 다니는 시간들이었다.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콘도에는 스쿼시 코트가 없었던 탓에
매일같이 새로운 스쿼시장을 찾아서 방황하는 그 긴긴 여정들이
낮시간 동안 하루내내 뙤약볕의 더위와 실내의 냉기로부터 나의 삶을 지탱시켜주는
큰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그런 열정을 뒷받침해주던 싱가폴 친구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새로운 기술들을 많이 익힐 수가 있었고,

사프라 스쿼시 코트가 저녁 10시면 불을 끄는데,
불이 꺼진 뒤에도 혼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다시 불을 켜주던 그 인디언 경비원의 따사로운 보살핌도
내게는 참으로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11시40분이면 시내로 향하는 전철이 끊어지기에,
조금 열심히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12시가 넘어가고,
하는 수 없이 토파이오에서 노비나까지 무거운 가방을 메고 40분간을 걸어서
집에 갔었던 그 추억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는지...

인적이 끊어진 단독생 병원 뒷길을 걸어가면서,
때로는 섬짓한 느낌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면서
불그스레한 적도의 달을 바라보면서,
십자성 별빛의 측은한 모습을 바라다보면서,
삶이 한없이 풍요로와짐을 느껴보기도 했었던 것이다.

오른쪽 어깨쭉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이 거의 반년이 넘게 지속되었고,
가끔씩 한국을 가서 스쿼시를 중단하면 말짱하게 나앗다가,
다시 이곳으로 오면 아픔이 시작되던 그 고통의 시간들도

이젠 다 지나간 먼 옛날의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그 열정을 뒤로하고, 나의 삶은 최근 몇년간 골프쪽으로 많이 기울었었다.
다들, 그것이 정상으로 보였었고...

요즘,
스쿼시 모임에 가보면 새로운 생기가 도는 것이 느껴진다.

한 사람의 역할이 우리 모임을 얼마나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것인지...

그는 스쿼시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그에게는 스쿼시에 대한 열정이 있다.
사람들은 그에게 사이비라는 호칭을 붙인다.

내게는 그가 사이비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사이비에는 그런 열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비는 항상 변화가 무쌍하고,
일관성이 없는데, 내가 본 그는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인생살이 조금 힘들다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쥐고 있던 줄을 놓으면,
그줄의 다른 한쪽을 쥐고 있는 사람은 어떻 하란 말인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은 그 끝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고 했다.

물론 그에게도 이런저런 이유는 많이 있는게 조금 걸리기는 하다.
특히 라켓이 가장 큰 이유로 등장하는 데...
뭐, 그것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들 각자는 스쿼시라고 하는 하나의 라켓에 매어진 줄을 잡고 있는 것이다.
내가 쥐고 있는 그 줄을 놓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그가 우리들 모임에 균형을 깨고,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각자 다른 한끝을 잡고 있는 우리들도 힘을 조금씩 더 실어줘야 한다.

자, 그의 열정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우리 함께 성원해주자.

그의 열정이 언젠가는 우리 스쿼시 모임에 큰 장작불로 타오를 때까지
현재의 작은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함께 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또 다른 수요일을 기다려 본다.

댓글목록

김한cool님의 댓글

김한cool (hangil22c)

육코치님도 그러시고 다들 유머감각이 점점 좋아지시는거 같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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