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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시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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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폴의 야경 한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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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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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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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안개낀 싱가폴의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승 기류가 발달한 지역의 특성상 낮이나 밤이나 역전대가 형성되지 않고, 바람이 비교적 끊이지 않는 터라 좀처럼 안개가 끼지 않는 이곳에 어제밤부터 오늘 오전까지도 계속 안개가 끼어있네요.

어제 오후부터 골프에 스쿼시, 그리고 마무리를 다시 골프 연습으로 끝낸 뒤에 싱가폴 창이 공항 근처를 가면서 밤안개 속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가로등 불빛과 잘 어우러진 옅은 안개, 마치 달무리처럼 포근하게 감싸고 도는 그 풍경과 공항 주변 작은 도로들이 갖고 있는 정겨운 풍경들이 잘 조화롭게 보이지요.  

늦은 밤, 홀로 창이 공항 뒷편 길을 달려보았습니다.  멀리 바다쪽으로 안개에 살짝 가린 배들의 불빛을 뒤로 하고 가로등이 환히 밝혀진 그 길은 낮에 와도, 밤에 와도 언제나 멋스런 모습이랍니다.

파지르 리츠로 접어 들면, 또 다른 풍경을 맛볼 수 있지요.
촉촉히 젖은 잔듸밭과 출렁이는 파도 소리,
국경을 순시하는 순시선의 젖은 엔진 소리 외에는 어느 것 하나 이 도시의 호젓한 새벽시간을 방해할 사람들이 없지요.

조용히 벤취에 앉아봅니다.
안개 속에 이슬 방울이 맺혀 있을 법도 한데, 말라 있는 벤취의 한가한 풍경은 어찌보면 어색하답니다.
바닷가 숲속에 낮에 내린 비가 아직 흠뻑 습기를 머금고 있는 잔듸밭 한가운데 놓여 있는 이 벤취에는 그동안 어떤 사람들이 앉았다 떠났었을까요?

언제나 이시간 쯤, 와보면 비어 있는 이 벤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무엇인가 생각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잠을 자기도 하면서, 가슴 속에 묻어둔, 얘기들을 바다를 향해 던지기도 하고, 다시 한번 꺼냈다가 차곡차곡 잘 정리를 해서 집어 넣기도 하면서, 그 틈틈이 바다의 비릿한 냄새도 담아두겠지요.

싱가폴에서 이스트코스트로 가면 바닷 바람이 좀처럼 불지 않고, 그냥 밋밋하게 육지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이 위주이지만,
북쪽이나 서쪽 해안으로 가면 비교적 강한 바닷 바람을 느낄수 있어서 좋지요.
우리 나라의 인천 부근의 서해 바다처럼 바닷물도 혼탁하고, 건너편 육지와도 가깝게 있어서 가슴 탁트이는 그런 느낌은 덜하지만(싱가폴 어느 곳을 가더라도 배로 둘러쌓여 있어서 탁트인 느낌은 없는 편이지요), 그래도 바닷가 모래 사장으로 밀려드는 파도들의 출렁 거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조금씩 차분히 가라앉게 되지요.

한참 동안의 생각을 뒤로 하고, 다시 ECP를 타고 내려가서, 싱가폴리버 주변의 밤 풍경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각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일부 연인들과 관광객들만이 이 강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지요.  이곳은 안개가 별로 없네요.  빌딩 숲사이를 가득 채운 가로등 불빛만이 싱가폴의 또다른 밤 풍경을 보여주고 있을 뿐...

CTE를 달려서 집으로 와, 샤워를 하고, 세탁기를 돌려 놓고는 수영장 한구석의 나만의 자리에 누워서 새벽까지 살그렁살그렁 불어오는 미풍과 수영장 물 흘러내리는 소리를 벗삼아 잠을 청해봅니다.

새벽시간이 다가오면서 조금은 서늘한 바람결에 눈을 떴다가, 잔잔해지는 수영장 수면위로 비치는 불빛의 눈부심에 이끌려 내방으로 올라가서 남은 잠을 마무리 합니다.

평상시처럼 깨어난 아침, 안개 소식이 궁금해서, 창밖을 내다봅니다.
시정은 3마일 이상이지만, 그래도 옅게 낀 연무는 아침 풍경을 한층 무겁게 만들어 줍니다.  어느 호젓한 산장에서 맞는 그런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런 그런 아침이 되고 있지요.

오늘 하루도 기쁜 시간들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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