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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그림을 빨리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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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nto.190 (unis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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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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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처음 배우러 오는 분들에게 물어보는 사항이다.
어느날 인테리어디자이너로 일하시는 분이 꼼꼼하게 그려진 한장의 그림을 갖고 내게 왔다. 그 안에는 인테리어 내부 디자인이 세밀하게 그려져 보였다. 그분은 6시간을 들여서 그린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1시간이면 충분한 완성도였다. 신속하게 그려야 할 아이디어 스케치가 작업시간의 절반을 잡아먹은 것이다. 그리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손이 느린 것이 문제였다. 그분은 시간 단축하는 법만 알려달라고 했다.
그림을 따로 그려본 적은 없고 주로 컴퓨터 작업만 해왔다는데 거두절미하고 본론 먼저 배우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물론 가능은 하다. 피아노의 피자도 모르는 사람이 건반 위치만 파악하고 딱 한곡만 마스터해서 어디선가 과시하며 뽐낼 수도 있고, 외국인과 말 한마디 못해도 시험유형에 맞는 공부만 죽어라 해서 영어점수를 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 그렇다면 그 다음엔?
결국 나의 도움을 얻어 실무에 필요한 아이디어 스케치 몇장을 만든 것이 다였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제 시간 안에 만들었지만 또 다른 아이디어 스케치를 그려야 할 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학원은 영어학원이다. 사람들이 원해서 많기도 하겠지만 실력이 쉽게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 강의가 하루가 멀다하고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어 시험 종류만 해도 토익, 토플, 텝스, 아이엘츠 등등이요, 회화학원 졸유만 해도 비지니스 영어, 생활영어, 유학영어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시험에 따라 준비 유형이 다르고 회화도 쓰임별로 나누겠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이 광경을 보면 하나의 언어를 다국적 언어로 쪼갠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림도 그렇다. 수채화, 유화, 색연필화, 소묘, 아크릴화, 수묵화, 파스텔화, 인물화, 캐리커쳐, 동양화,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드로잉, 크로키....
대략 이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류는 소재와 재료에 따라 세분화시켰을 뿐, 결국 하나를 말하고 있다. 기본기가 쌓여 있으면 새로운 기법을 접했을 때도 짧은 시간에 소화해낼수 있다. 그래서 공중에서 내려다볼 수 있을 때, 죽 통합능력이 갖추어진 다음엔 재료와 소재를 마음대로 선택하여 실험해볼 수 있다.
모든 분야엔 기초체력이란 것이 있다. 단순에 모래성이 아니라 기초체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문득 자신이 공중에서 내려다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제서야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길게 보자는 거다. 본인이 근시안적인 만족감을 원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해결을 원하는 것인지 잘 판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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