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운운하는 근원적 처방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려면 그가 행하는 조치를 보아야한다. 겉으로 포장하는 말을 보지 말고 실제로 행하는 조치를 보아야한다. 그렇게 보면 근원적 처방이란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로 역행하는 것으로 그에 대해 일말의 기대를 가지는 것은 어리숙한 일이 될 뿐이다.



검찰의 조직변화라는 것도 결국은 통상적 명령체계를 뛰어넘어 핵심측근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조직관리를 하던 것을 이 기회를 국민의 바램과는 정반대로 악용해 핵심측근을 최정점에 배치하고 그 밑으로 일렬로 줄세워 완벽히 정권에 복종하는 체계를 갖추는 친위 쿠데타를 의미한다고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국민의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라는 각계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시국선언이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하게 연이어 이루어지고 있어도 이명박이 취한 첫번째 조치가 무엇인가?



천성관이라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한 것이다. 조중동 호위부대들이 달라붙어 개혁이니 쇄신이니 깜짝인사이니 열심히 포장을 두르고 진실을 덮지만 본질은 분명하다. 국정기조의 근본적 전환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패악질의 국정운영을 더 확고히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천성관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대표적으로 다룬 일이 용산참사 수사와 PD수첩 수사이다.



용산참사 수사가 해놓은 것은 억울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옥살이 시키겠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를 도와 곁에서 생존권을 외쳤던 아들이 아버지를 돌아가게 만든 가해자로 구속되어 있는 기가막힌 현실이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수사의 결론이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진실을 지키려는 천주교 신부님들이 폭행당하고 있다. 더군다나 검찰은 수사기록 1만장 중 3천장을 감추고 있어 진실은 은폐된 채 재판은 오히려 검찰의 결론대로 사건을 성급히 봉쇄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지경이다.



PD수첩에 대한 수사는 그것을 애초에 담당했던 검사가 사퇴하고 검찰조직을 떠났다. 이로 인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것을 무리하게 수사하려 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는데, 천성관이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새로 부임하면서 PD수첩 수사의 본래 담당검사는 사퇴하고 새로운 검사가 담당하면서 본격적인 언론탄압의 수사가 자행된 것이다. 결국 PD수첩 수사는 천성관이 총괄 책임자로 오면서 급물살을 타고 인권 침해를 자행하면서 정치적 수사가 이루어진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이메일 공개라는 파렴치한 인권침해의 행태가 천성관이 검찰총장 내정되기 직전에 팡파르처럼 울려퍼졌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면서 정권에 이쁨을 보여 검찰총장으로 영전한 것이다. 한 개인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행해진 검찰의 이메일 공개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특정 언론사를 향해 정치적 공격을 하는 일에 즉각 이용한 것을 보더라도 PD수첩 수사는 정권과 검찰 내부에서 서로 짜고 맞추는 의사소통 아래 이명박 정권의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직행하는 계획적인 수사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권의 불순한 의도에 맞추어 검찰에서 일을 완수한 장본인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이다.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촛불집회가 원숙해지고 있는 시점에 대대적으로 터뜨려 국민의 이목을 호도하려다가 실패한 원정화 여간첩 사건을 맡았던 수원지검에서 최고책임자로 있었던 검사장이 바로 천성관이었다고 한다.



더욱이 천성관은 이인규 중수부장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을 구속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명박과 관계가 깊은 이인규 중수부장과 함께 정권의 의사를 검찰조직 내에서 대변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천성관은 현재 검찰 개혁이 가장 문제되고 있는 근본적 사건인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책임에 대해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인물의 검찰총장 내정이 일부 족벌언론이 떠드는 무슨 파격적 인사이고, 깜짝 인사이며, 개혁이고 쇄신이겠는가?



천성관의 검찰총장 내정은 민주당을 비롯하여 각계의 시민사회와 지성인이 요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개혁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천성관의 검찰총장 내정은 이명박이 언급하는 근원적 처방이 국민이 바라는 근본적 국정방향의 전환과는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첫번째 조치일 뿐이다.



이것은 이명박의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여 국민의 자유와 언로를 더욱 탄압하겠다는 의도를 확실히 천명한 것이다. 자신의 핵심측근들을 차관에 배치하여 차관정치를 하는 이명박이 검찰조직에서는 드디어 검찰총장까지 핵심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한 셈이다. 그동안 검찰총장을 중간에 놓고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채근하며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한 검찰의 친위부대를 직접 통제하여 정치탄압의 수사를 자행하다가 이참에 친위부대의 핵심인물을 직접 검찰총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의도이다.



그러한 연유로 기수 파괴가 일어난 것이지 무슨 족벌언론이 포장하는 바대로 검찰조직의 파격적 개혁이니 대대적 개혁이니 하는 소리는 국민을 한참이나 호도하는 헛소리일 뿐이다. 검찰조직의 대대적 개편이니 이인규 중수부장의 토사구팽이니 하면서 마치 이명박이 그동안의 검찰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할 의사를 표명한 것처럼 포장하는데 이것은 사실관계를 완전히 정반대로 왜곡하는 일이다.



(실제적으로도 이인규 중수부장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문제로 책임을 진 적이 없으며 앞으로 일시적으로 책임을 지는 거짓된 모양새를 취하더라도 대부분의 심복들이 차관이나 위원장 등의 새로운 자리를 꿰차고 돌아왔던 것처럼 금새 다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의 심복인 원세훈 국정원장의 밀사가 노무현 대통령 수사 문제로 검찰에서 만난 인물은 검찰총장이 아닌 이인규 중수부장이었던 것처럼 이명박 정권의 극악한 정치탄압 모의의 한복판에는 직접적인 라인이 바로 통상적인 검찰의 명령체계를 뛰어넘어 존재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제 그 직접적인 라인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의 최고 수장으로 입성시키기 위해 기수를 뛰어넘는 인사가 이루어진 것 뿐이다. 아예 이명박 정권의 직접적인 친정부대로서 일사분란한 조직으로 검찰을 개편하겠다는 검찰 내부에 대한 정권의 친위쿠데타라고 하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운 판단이다.



인사태풍이니 고강도 개혁이니 언론이 포장하여 선전하는 이명박의 검찰총장 인선배경에 대한 설명은 그야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반성과 성찰은 없이 오히려 사적인 이메일 공개 등으로 인격살인을 자행하는 검찰수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그에 편승해 청와대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챙기고 있음에도 그 수사의 총괄책임자를 검찰총장에 내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의 미사여구를 동원한 포장은 어불성설이 되는 셈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스스로도 공안이 보장되어야 인권도 보장된다는 독재시대의 통치논리를 제일 먼저 내놓고 있는 점을 봐서라도 아무리 거짓 포장으로 가릴래야 가릴 수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은 앞으로도 국민과는 직접 등지겠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한 달이 지났어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그 기회를 틈타 책임져야할 사람들로 슬며시 새로운 친위부대나 만들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검찰의 인격살인은 더 기승을 부리고 정권은 이를 이용해 검은 속셈을 한껏 챙기고 있음에도 족벌언론과 합세해 마치 개혁이니 쇄신이니 하는 거짓 둔갑술을 펼치는 꼴을 보고 있으니 국민은 현혹되지 말고 더욱 분개해야 마땅하다.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미디어법의 통과로 언론과 방송이 모두 정권과 그에 유착한 금권의 지배 아래 놓인다면 국민은 그야말로 눈멀고 귀멀어 살아있는 장님이요 귀머거리가 되는 셈이다.)



국민의 바램이나 그 많은 시국선언 그리고 민주당의 국회 등원에 대한 요구조건 하나 관철되는 것이 없다. 이 시각에도 오로지 채워지고 있는 것은 정권의 검은 속셈 뿐이다. 천성관의 검찰총장 내정은 개혁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정권의 마각을 드러낸 조치일 뿐이다. 그리고 그 드러난 마각조차 족벌언론과 그것을 쫓는 한심한 언론들에 의해 전혀 다르게 포장되어 국민의 판단력을 홀리고 있다.



홀려서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또 뒤통수 깨질 것인가? 돌아가는 사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단호히 대응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