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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 조기유학 광풍] <1> 동남아 현지 실태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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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팡팡 (qateam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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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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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만 초중생 2만명…"영어 까먹을라" 귀국도 미뤄

유학원 상담 전화 대부분 수도권·지방서…서민 가정서 인기

부모 대신 할아버지와 현지 정착하는 祖孫 유학도 증가


"Have you ever seen your parents argue?"(부모님이 다투는 걸 본 적 있니?)

"Yes. Ive seen parents argue many times. But I dont really know what the main topic is about."(예, 많이 봤어요. 하지만 왜 다투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How could you keep them from arguing?"(부모님이 다투면 어떻게 말렸니?)

"I should go to them and say stop fighting in front of children."(직접 다가가서 내 앞에선 싸우지 말라고 말해요.)

지난달 2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만난 김대석(12ㆍ가명)군이 이모와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이다. 기자의 요청에 대석이 이모가 느닷없이 민감한 내용을 물었지만 대석이는 당황한 기색 없이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옆에서 물끄러미 대화 내용을 지켜보던 대석이 어머니는 연신 흐뭇한 표정이었다. 내 아들이 영어를 이렇게 잘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대석이가 한국을 떠나 어머니와 함께 필리핀에서 생활한 지는 2년 반 정도 됐다.

어머니는 대석이가 마닐라의 명문 브렌트(Brent)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당초 2, 3년만 생각하고 왔는데, 한국 돌아가면 애써 체득한 영어를 모두 까먹을까 걱정"이라며 계획보다 더 머물 뜻임을 밝혔다.

대석이처럼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필리핀으로 조기유학 온 한국 학생은 해마다 늘어 현재 2만 명 정도가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학 허가를 받고 현지에서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학부모들의 꿈은 소박하다. 오직 영어다. 진로는 나중 문제다. 6개월 전 사립학교에 입학한 5학년 딸의 영어 실력이 기대에 못 미처 속이 상한다는 한 학부모는 "영어 못하면 사람 취급 못 받는 세상"이라며 "자식들 기 안 죽고 살게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기유학생이 밀려들자 현지 학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한국 조기유학생들이 밀집한 마닐라 알라방(Alabang) 지역에 있는 유학원과 영어학원 원장들은 저녁 때만 되면 "귀가 멍멍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걸려 온 상담 전화와 마닐라에 살면서 사설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쉴새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원을 楮되玖?홈스테이 사업까지 하고 있는 A학원장 최모씨는 "요즘 하루 5, 6통 문의전화를 받는데, 성수기인 7~8월이나 12~1월이 되면 전화 받고 사람 만나다 파김치가 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조기유학 상황을 설명하던 중 한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학부모가 "아들이 6학년인데 바로 현지 학교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묻자 최씨는 "7학년을 배정 받아야 하지만 영어실력이 안 되면 6학년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며 능숙한 말솜씨로 학부모가 궁금해 할만한 사항을 자세히 설명했다. "생활기록부, 여권 사진 필요합니다. 현지 학원에서 예비 영어교육 받으려면 하루 7시간 수업에 교재비 포함, 매달 95만원입니다. 홈스테이는 첫 달 200만원, 다음달부터는 180만원 이고요." 학부모가 학기가 시작하는 9월에 확실히 입학할 수 있냐고 재확인하자 "ESL 과정은 정원 제한이 없으니 문제 없다"고 안심시켰다. 중간에 입학해도 1년 수업료를 모두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학부모는 "상관없다"며 개의치 않았다.

최근에는 직접 현지 답사에 나서는 부모가 늘고 있다. 석 달 전 중학교 1학년 손녀와 함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정착한 70대 할아버지는 "2년 전부터 필리핀의 알라방 오르티가스 세부, 말레이시아 암팡 등 안 가본 곳이 없다"며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외로움도 많이 느껴져 몇 번이나 돌아가려 했지만 손녀 장래 생각에 꾹 참고 지낼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1년 7,944명 수준이던 우리나라 조기유학생 수는 2006년 2만9,511명으로 5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해외이주와 파견동행으로 유학간 학생까지 포함하면 2006년 한 해만 4만5,431명의 초중고생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 이 중 동남아로 빠져 나간 학생은 6,624명으로, 전년보다 65%나 증가해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세가 가팔랐다. 동남아 전문 유학원인 넥스굿 김용안 대표는 "강남 지역에서는 문의가 거의 없고, 분당 일산 평촌 수원 등 수도권 지역과 지방 대도시 등 중산층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오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조기유학이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산층과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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