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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조기유학 광풍] <3> 국제학교 적응에 _올인_-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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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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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서양 친구 권해도 한국 학생끼리 뭉쳐
6개월쯤 돼야 수업 적응… 치맛바람에 촌지도
"영어도 안 되고, 필리핀 학생들이 따돌리는 것도 같고, 기후도 맞지 않았어요."
마닐라 국제학교인 브렌트(Brent) 5학년에 다니는 이모(12)군은 필리핀 생활 2년째에 접어든 중견 조기 유학생이다. 지금도 학교 생활에 완전하게 적응한 것은 아니지만, 입학 초기에는 적응이 힘들었다. 물론 영어 때문이었다. 이군은 "처음엔 정말 스트레스가 심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수십 번 했다"고 말했다.
■ 6개월은 고생
한국에서 사설 영어학원을 6개월 가량 다니면서 1대 1 영어회화를 하며 영어 공포를 어느 정도 줄였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20명이나 되는 교실에 내던져지자 저절로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의 질문을 한번 못 알아들은 뒤부턴 자꾸 땅바닥만 쳐다보게 됐어요. 또 시킬 것 같아서요."
말문이 트이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입학 후 6개월 정도 지나서다. 이군의 엄마는 "필리핀 학생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고 모임에서도 배제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아들처럼 성격이 소심하고 적극적이지 못하면 적응이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군 처럼 한국 학생 대부분은 유학 초기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낮선 환경에 대한 충격을 줄이고 좀더 효과적인 적응을 위해 학부모들은 충분한 완충기간을 갖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입학 전 현지 영어학원 수강은 정규 코스가 돼버린 지 오래다. 알라방 지역 C&C 영어학원 이성희 원장은 "필리핀 사립학교와 국제학교는 대개 6~8월에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12월에 입국해 입학 전까지 4~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영어 훈련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입학 후엔 학교 수업을 따라잡는 것이 1차적 관심사여서 방과 후 일정이 아주 빡빡하다. 학교에서 배운 과목을 복습하는 한국식 종합학원에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수학 등 과목별 개인 과외를 받는 일도 적지 않다. 집에서도 영어에 친숙해지기 위해 영어 일기를 쓰거나 영어책 보기, 영어 TV채널 시청 등이 주된 일과다.
■ 한국 학생끼리 어울려
공부도 중요하지만 의사소통이나 교우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국제학교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한 반을 이루고 있지만 한국 학생들은 유독 한국 친구들끼리 교우관계가 돈독하다는 게 현지 교사들의 설명이다.
그룹별 과제도 한국 학생끼리 그룹을 만들어 과제를 제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UIS 하산 학사담당 이사도 "한국 학생들은 어디를 가도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한국인 기질이 교사나 다른 국가 친구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는 뜻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 같은 그룹 문화가 자녀들의 영어 실력 저해로 이어지지나 않을 지 전전긍긍한다. 의도적으로 영미계 학생들과 어울리도록 강요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산유학원 김세수 원장은 "리차드나 마이클이랑 친하다고 하면 칭찬 받지만, 영이랑 철수랑 어울린다고 하면 부모 얼굴색이 금새 변한다"고 말했다.
일부러 한국 학생이 없는 국제학교를 택하기도 하지만 적응은 여전히 쉽지 않다.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 국제학교에 4학년 딸을 입학시켰던 김모(40)씨는 6개월도 안돼 한국 학생이 북적대는 쿠알라룸푸르로 되돌아왔다.
그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겠다는 생각에 한국 학생이 적은 학교를 택했는데 딸이 현지 학생들과 서양 애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어 스트레스가 심했다. 영어도 중요하지만 학교 생활 적응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동남아에서도 학부모 치맛바람
영어에 한이 맺힌 학부모들도 남다른 노력을 한다. 학교에서는 1년에 3, 4차례 정기적으로 학생과 상담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기본적인 영어실력은 갖춰야 한다.
특히 자녀 성적과 학교생활에 관심이 많은 한국 학부모들은 영어공부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담임교사가 마음에 안 들어 두 차례 반을 옮겼다는 마닐라의 한 한국 학부모는 "말이 안 통하면 교사에게 설득이나 요청, 항의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한 달에 30만원 정도 내고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담배 피우다 걸린 자녀 때문에 호출된 보호자가 학교에서 제시한 서류에 덜컥 사인을 했다가 퇴학처분을 받은 일도 있다고 필리핀 교민들은 설명했다. 까막눈이라 해당 서류가 퇴학처분 동의서라는 사실을 몰랐던 탓이다.
필리핀 내 영어학원 관계자들은 "한국 학부모들은 현지에서 영어 못하기로 소문 나 있지만 자녀가 관련된 일에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어를 잘 하는 가디언(현지 보호자)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 학교에 의사 표시를 하거나 학부모끼리 연대해 집단 행동을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마닐라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한국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현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갔다 돌아올 때면 명품 화장품이나 고가 선물을 챙겨와 교사에게 주거나, 아예 현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한국식 촌지 관습이 동남아에도 존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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