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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조기유학 광풍] <5·끝> 실패한 학생, 성공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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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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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08년 06월 14일(토) 오전 02:40
"영어 제대로 못하고, 한국 와선 뒤처지고… "
뚜렷한 목표 없이 단기체류땐 부작용 심각
홈스테이 보호자와 갈등으로 방황하기도
美등과 학제 같아 브릿지 유학은 용이한 편 학부모들에게 동남아로 조기유학을 오게 된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거의 같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 ‘한국에서 가깝다’, ‘비자 받기 쉽다’,
‘한국 사람한테 호의적이다’ 등 다른 서너 가지 이유도 나온다. “공교육이 붕괴됐기 때문”이라거나 “일자리 구하기 힘들어서”라는 대답은 극소수다. 그러나 조기유학 성패에 대한 질문에서는 한참 뜸을 들인다. 제각각 기준이 다르다는 의미겠지만, 한편으론 뚜렷한 목표가 없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미국이든, 영국이든 명문대에 진학하면 성공한 것 아니겠느냐”고 답한다. ‘명문대 입학= 성공’, 그렇지 않은 경우 실패한 조기유학이라는 뜻이다.
■ 성공한 학생
고등학교까지 동남아 학교에서 졸업하는 장기체류를 결심하게 되면 학부모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 영어권 국가의 명문대 입학을 가장 큰 목표로 삼게 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최단 코스까지 꿰차고 있을 정도다. 필리핀의 경우 ISM(International School Manila)이나 브렌트(Brent) 같은 국제학교에 입학하려는 이유도 영미권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ISM 학사담당 관계자는 “학제가 미국과 똑 같은 12학년 체제라 다른 사립학교와 달리 졸업 후 바로 미국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마닐라 오르티가스(Ortigas) 대입 전문학원 ‘포럼’의 이상명 대표는 “장기 체류 학부모들은 최우선 목표로 영미권 명문대 입학을, 차선책으론 필리핀 사립 명문대 입학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아들이 브렌트를 졸업한 뒤 원하는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며 “이 정도면 조기유학이 성공한 것 아니냐”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필리핀 명문대를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 고민도 적지 않다. 한국에 돌아왔을 경우 ‘대학 간판’을 인정해 주지 않아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현지 대학 졸업 후 미국 대학원 진학을 노리거나 아예 학부 중간에 미국 대학 등으로 옮겨가는 ‘브릿지’ 유학을 시도하는 학생도 꽤 된다. 태국에서는 영국계 유명 사립 학교인 해로우(Harrow)나 브롬스그로브(Broms Grove)에 입학을 선호하는 것도 영국 진출이 쉬워서다. 로버트 쏜힐 해로우 입학담당 이사는 “12학년이 되면 2년 동안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영국의 A-레벨 테스트를 대비하게끔 도와 준다”고 귀띔했다. 태국의 미국계 국제학교 입학은 미국 대학 진학의 전초기지가 되는 셈이다. 말레이시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 학생들은 말레이시아 대학에 입학해 1~3년을 다니고 영미권 대학에 편입할 수 있는 트위닝(Twinning)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2~3년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면 성공 기준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적응을 잘하고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느끼면 대체로 만족한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입학이 성공의 잣대인 것이다. 마닐라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조기유학을 거쳐 한국 외고에 입학한 학생이 요즘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고 말했다.
■ 실패한 학생
단기 체류의 가장 큰 부담은 한국 교과목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리핀 마닐라 오르티가스의 한국 복귀 준비학원에 5학년 딸이 다니고 있는 학부모 이모(40)씨는 2년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 복귀를 3개월 앞두고 있다. 이씨는 “낮에는 학교 수업, 밤에는 한국 수업”이라며 “‘영어 스트레스’ 없애려고 왔는데, 돌아갈 때는 ‘국어 스트레스’만 잔뜩 안고 간다”고 말했다. 한국 교과목을 따로 공부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씨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한국 가서도 뒤쳐지는 애들 여럿 봤다”며 “우리 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최근엔 경제 사정 때문에 목표한 체류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상명 대표는 “동남아 지역으로 조기유학을 보내는 한국인들은 부유층보다는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많기 때문에 작은 경제적 충격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며 “예고 없는 귀국은 자녀들에게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서는 환율 급등에 따른 재정적 압박이 한국 복귀를 촉진하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대부분 국가의 환율은 지난해보다 20% 안팎까지 올랐다. 지난달 필리핀에서 6개월 만에 딸과 함께 귀국한 한 학부모는 “빚까지 내서 왔는데 매달 250만원 나가던 생활비가 300만원까지 뛰자 감당하기가 힘들었다”며 “딸한테 미안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교민들은 최근 한국인 밀집지역에 점점 빈 집이 첸載“?있다고 설명했다. 가족 해체 내지 가정 불화로 1~2년 머물다 황급히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중학생 자녀 2명의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필리핀에 건너온 학부모 유모(45)씨는 1년 만에 서둘러 돌아갔다. 유씨는 “남편이 돈 잘 버는 의사였지만 떨어져 살다 보니 외도를 하고, 건강도 나빠졌다”며 “애들 공부도 좋지만 이 생활 1년만 더 했다간 가정이 깨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현지에 오지 않고 학생 혼자 홈스테이를 한 경우 적응을 못하거나, 가디언(현지 보호자)이 제대로 관리를 못해줘 유학 생활 자체를 망친 사례도 많다. 마닐라에서 5년째 홈스테이를 했다는 한 교민은 “가디언과 갈등이 생길 경우 학생이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다 아예 돌아간다”고 전했다. 통제가 느슨한 주말에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것은 물론이고 또래 아이들과 성 관계를 맺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학부모의 처신도 자녀 조기유학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교민들은 “엄마가 아이 교육엔 관심 없고 골프다, 쇼핑이다, 연애다 하면서 밖으로 도는 경우 자녀 유학은 십중팔구 실패로 끝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 조언
① 얕보고 오지 마라 - 영어는 늘겠지 무작정 보내면 안돼
② 환상을 갖지 마라 - 실력향상 보다 좋은 시설에 매달려서야
③ 조급증을 버려라 - 수개월 만에 일취월장 기대는 금물
동남아 현지 유학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조기유학을 결심했다면 얕보고 와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동남아 국가 수준을 낮게 보고 들어왔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란 뜻이다. 마닐라 한 학원 관계자는 "아직도 한국에서 공부 못하는 자녀를 필리핀으로 무작정 보내 영어공부라도 잘 시키자는 부모가 있다"며 "한국에서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이 해외서 영어로 하는 수업을 잘 따라잡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동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유학 온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퇴학 당하거나, 이 학교 저 학교로 전학을 가게 마련이다. 이른바 학교 쇼핑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충 출석만 한뒤 밖에서 불량 학생들과 나도는 사례도 흔하다. 전문가들은 "환상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말레이시아 대산유학원 김세수 원장은 "주변에서 영미권 조기유학 이야기만 듣고 온 일부 학부모들은 영국의 이튼스쿨 같은 근사한 시설과 원어민 교사로 가득한 교정을 생각하고 왔다가 크게 실망한다"고 말했다. 환상을 버리지 않는 한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없음은 물론이고 시설 좋은 학교만 좇다가 학교 생활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조급증을 피하라는 주문도 많다. 부모가 자녀 영어 실력 향상이나 성적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다 보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태국 현지 유학전문가 한사씨는 "수개월 만에 자녀가 영어에 능숙해지길 바라고, 영어를 잘 하는 다른 자녀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부모가 아이들을 필요 이상으로 채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의 기대치가 아니라 자녀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말이다. 목표를 확실시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1, 2년만 머물다 갈 지, 아니면 현지에서 대학까지 진학 시킬지 결정해야 준비 과정부터 유학 생활까지 갈팡질팡 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꾸려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녀의 인생이 걸린 문제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아무 준비 없이 결정하게 되면 정신적 혼란만 겪게 된다. 9월에 영국 런던대 입학 예정인 방콕 국제학교 해로우 재학생 강원재(19)군은 "목표가 없으면 자신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 탈선하기 쉽다"고 말했다. 현지 교민들은 단기체류는 갈수록 줄고 있는 반면 장기체류가 점점 늘고 있는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교민은 "교육적으로 후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동남아 국가에 한국 학생들이 몰려와 초중고교를 모두 마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단순히 영어를 배우러 온다는 차원을 넘어 한국 교육 시스템을 외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조기유학 광풍의 한 원인은 정부에 있으며, 교육 시스템 개선 등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해외 유학생은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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