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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한국요리
- (16) 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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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라디혀~ (nobud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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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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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300그램 엿기름의 뒷 설명서에 보면 9리터의 물을 부으셔셔요 합니다, 고대로 따르다간 멀건 갱물을 마시게 될 것입니다. 7리터도 많습니다. 저희 마덜님께서는 4리터도 안 넣습니다. 엿질금 맛이 나야 식혜지~ 하면서..전 오늘 5리터 넣었습니다.(=결과물은 만족)
2.설명서엔 30분 앙금을 가라앉히셔셔요 합니다. 전 4시간을 놔뒀습니다.30분만 나두면 감주물이 검고 탁합니다. 4시간 후 앙금이 가라앉고 위로 맑은 물이 투명하게 비치면 밥솥의 내솥을 꺼내 가만히 조심조심 간난쟁이 재우듯 윗 물만 내솥의 1/3정도 되게 살짝 따라놓습니다. 밑의 물요? 맑은 물만 큰 솥에 붓고 앙금은 과감히 버립니다. 이거 미련 뒀다간 나중에 검고 뿌옇게 됩니다. 흔들어 따르면 다시 앙금 가라 앉혀야 되니까 조심하셔야 되구요.
3.10년 전 처음 식혜 만들 때 초록동이 네이버님은 거기에 된밥 만들어 섞으라고 했습니다. 그땐 그렇게 일부러 밥 해서 했지요...하지만 지금은....밥솥 코드 조용히 끼우고 먹다 남은 보온밥 그것도 흑미밥 한 주걱 가만히 흔들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보온 스위치 꾸욱 눌러줬습니다. 깜장 감주 될라나 살짝 걱정하면서.. (대범속의 소심)
4.그 후로 또 4시간 정도 되어 얘들이 뭐하나 가만히 뚜껑 열어보았지요.실컷 놀다 들킨 애들처럼 거품이 송글송글 합니다. 5시간째 또 뭐하나 열어보았지요. 밥 알들이 핫 둘 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생강 깔 시간입니다.
5. 밥솥에서 떠 있는 밥알들을 가만 가만 채로 건져서 찬물에 헹궈 반찬통에 담가 놓습니다. 생강을 잘 씻고 깎아 편으로 준비해서 큰 냄비에 넣고 밥솥의 웃물을 아까 엿기름 맑은 물 부어놨던 냄비에 합해 붓습니다. 맑은 밥알 드시려면 따로 분리하시고 그냥 감주에 섞어서 색 신경 안쓰고 드시겠다면 냄비에 같이 끓이시면 됩니다 대신 밥솥 아랫물은 또 버립니다. 이것도 미련 두지 마시구요.
6. 생강편과 맥아액이 보글보글 끓을 때, 뚜껑 닫아놓고 계시거나 거품 안 떠내시면 가스렌지에 개미 안식처 만들어주는 겁니다. 옆에 지키고 계시면서,물이 따뜻해지면 설탕도 맥주컵 2/3 정도는 넣어주시구요 (이래서 감주겠지요).거뭇한 거품 살짝살짝 모두모두 걷어내시고 뚜껑 열고 차분히 기다리세요. 그리고 식으면 맛이 약해지니까 끓을 때 흐미...달어. 할 정도로 설탕 넣어주셔야 나중에 먹으면 딱 알맞게 된답니다..
7. 다 끓였다고 뚜껑 덮고 주무시면? 다음날 도마뱀과 개미들이 먼저 시식하겠지요?
식혀야 됩니다. 암요...찬물 받아놓고 냄비 담아 식혀서라도 암튼 식힌 후에 냉장고에 넣습니다. 페트병 모아 놓으셨다가 담아두면 최고겠지요.
8. 담날 아침 짜자잔..시원해지면 유리컵에 따라서 유자청이나 꿀 타서 드셔도 되고 반찬통에 담아둔 밥알 띄워 드시면 됩니다.식혜가 갈증해소와 장에 아주 좋은 음료라지요? 다만 수유하시는 분들은 젖 마를까 조심해야되구요.
제가 산 엿기름이 품질꽝이었는지 그리 조심했는데도 검은빛이 나서 한 두잔 먹다가 살균도 할겸 윗 물만 다시 또 따라 끓이고 설탕도 더 넣었더니 첨보다 더 낫네요. 300그램 엿기름으로 페트병2개 못되게 나왔어요.
주의: 이게 전체적으로 7시간 정도는 걸리는 일이고 식혀서 냉장고까지 넣을려면 아침 일찍 시작하든가 밤에 주무실 때 물에 담가놓든가 해야는 일이니 시간 계산 잘 하시고 시작하세요. 김치와 식혜가 젤루 시간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우리 조상님들 대단하지 않나요? 농사 지으랴 이것 만드랴...
밥솥에 너무 오래 띄우면 시어져버리니 밥 알 10개 내외 떴을 때가 가장 적당한 것 같아요. 앙금은 미련 절대로 두지 마시고 보이는 족족 버리셔야 맑은 식혜를 드실 수 있답니다.
오뉴월 식혜 변하듯 한다는 말 있죠? 금방 상할 수 있으니 꼭 냉장 보관하시고 더운 싱가폴에서 시원한 감주 맛있게 드세요~
댓글목록
블루오션님의 댓글
블루오션 (eunicelek)
어쩜..제가 벼르던 식혜(감주와 같은거지요?^^;;)를 했거든요.처음으로..책보면서요.조금전에 냉장고에 넣어주고 왔지요.물론 맛이 어떨지는 상상도 못하면서요.ㅋㅋㅋㅋㅋ
하루만 참았어도 에라디혀님의 레시피 보면서 성공적인 식혜를 만들었을텐데 말이죠.
항상 글올리신거 열심히 보면서,게으른탓에 요리도 시도 못하고,글도 못남기던 접니다.하하하.
초록별님의 댓글
초록별 (you4156)ㅎㅎㅎ 에라디혀님~ 이번엔 식혜로군요~ 저도 여기 와서 첨으로 식혜를 해봤습니다. 뭐.. 뭣모르고 할때, 얼결에 맛이 난다구..그래두 먹을만 하게..아니, 아주 대박났었는데...그때 요 레시피가 있었으면, 좀더 잘~ 할수 있었겠네요~ 에라디혀님은 글 솜씨가 더 맛깔스럽다는걸 아시는지요? 잘 지네시지요?
에라디혀~님의 댓글
에라디혀~ (nobude1)
초록별님 오랫만예요. 글 솜씨라...방금 표현력 떨어진다고 지적 받았는뎅... ㅎㅎㅎ 제 레서피 없어도 다들 잘 하시면서...과찬은.
탄산음료와 마일로, 봉다리커피를 주로 마시는 로컬사람들 보면 안타깝고 걱정되요. 애들에게도 되도록 케인쥬스(단수수)나 두유를 마시라고 권하지만 저부터도 맥아저씨네 아이스라떼에 손이 가네요. 덥구 만들기 귀찮지만 엄마표 음료 자주 해주자구요~
고나리자님의 댓글
고나리자 (gonariza)잠자고 있는 냉동실의 엿질금을 어찌할거나 볼때마다 고민했는 데 한 번 도전해봐야 겠네요. 그런데 밥솥이 너무 적어서 ... 상관없는 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단수수가 뭘까요?
에라디혀~님의 댓글
에라디혀~ (nobude1)
단수수요....흠...얼핏 대나무같이 생긴 건데요. 겉은 대나무처럼 뻣뻣하고 속 안은 스펀지 느낌의 섬유질이 들어있어요. 그 섬유질을 꾹 짜거나 씹으면 단물이 나오지요. 어릴 적 여름 시골 외갓집 가면 할아버지께서 이것 껍질 벗겨주시고 전 껌처럼 씹어 단물 빨아 먹었는데 여기서도 팔더라구요. 기계로 압축해서 단물만 줄줄 빼던데 추억에 한 잔하니 맛의 깊이가 다르더군요.
밥솥이 작으면 밥알을 적게 띄우시면 되구요, 그래도 안되겠다 싶으면 밥 넣지말고 윗물만 그냥 냄비에 같이 끓이세요. 안되면 딴 길로 돌아가죠 뭐. 대신 밥알없이 미안하니까 생강을 조금 더 넣던가요...ㅎㅎ 나이 먹어가며 바둥바둥이 싫어지고 점점 더 요령을 피우네요 전?...ㅋㅋㅋ
고나리자님의 댓글
고나리자 (gonariza)요령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깊어지는 거지요. 가을비 같기도 하고 장마비 같기도 한 이곳 날씨가 기분을 어지럽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