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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장미 (roren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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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4
    4. 2011-07-15

본문

며칠 전 후배가 아빠가 되었습니다. 몇 개월 가슴 조이며 기다리던 건강이가 태명 그대로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산모와 아이 둘 다 건강한 모습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축하
인사를 나눴습니다. 기쁨과 환희에 감격에 찬 모습에 정말 축하만 해줬습니다. 이제

며칠이 지났으니 작은 소주잔에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주려 합니다.



아빠가 된 후배에게
축하한다는 말은 여러 번 했으니까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너의 신상에 도움이 되는 몇 마디 할게...
지금 태어난 너를 쏙 빼닮은 첫딸 건강이 얘기는 아니야..사실 내 새끼 키우기도 어려운데
내가 남에 새끼 이렇게 키워라 저렇게 키워라 조언은 못해 주는 게 사실이야 너도 우리 새끼들
봤으니까 알잖아? 내가 누구한테 조언할 처지는 아니라는 거 ㅎ. 알아서 잘 키워



지금 주위에서 여러 가지 축하 인사나 아이에 대한 좋은 얘기 많이 들을 거야 하지만 지금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를 너에게 말해주는 사람은 없을 거야...사실 이게
지금 너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란다. 다름 아닌 지금 조리원에 누워 있는 제수씨 얘기야..
우리 지영이~~우리 지영이~~하면서 아기 취급했던 그 지영이가 이제 아줌마가 된 거야~~
30년 가까이 묶여 있던 봉인이 풀린 거란다..아줌마로서의 봉인이 풀렸다는 게 실감이 안 나지?

지금부터 내가 옛날 얘기 하나 해줄게



내 얘기는 아니고 내 친구 사촌 누나 시누이 회사동료 올케 여동생의 중학교 동창 남편 얘기야. 절대

내 얘기 아니야,
결혼 16년 차에 남매를 키우고 있데.. 나하고 같은 해에 결혼을 했나 보네....하여간 연애할 때
그 와이프가 그렇게 순수하고 예쁘고 순종적이었데. 그리고 눈물이 참 많았다네...툭하면 울었데

별명이 천호동 수도꼭지였을 정도로...지금의 네 와이프 지영씨랑 비슷하지? 지영씨도 여리고 눈물이
많다며..하여간 그랬던 와이프가 일천구백구십칠년~~첫 아이를 낳은 거야 그것도 6대 독자를

그다음부터 그 와이프한테 약간의 변화가 생겼데 그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가끔 와이프

등 뒤로 검붉은 아우라가 비치기 시작했다네..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이듬해 둘째를 가지게

되고 두 살 터울로 남편이 바라던 공주님도 안겨 주었데 그리고 얼마 후 언뜻언뜻 보이던 그 검붉은

아우라의 정체를 알게 되었데 그 정체는 아주머니라는 광채였던 거야. 아주머니란 뜻이 내가 해석하기에는
"아주~~머~~니~~맘대로 하세요."에서 나온 거 같아. 완전히 들장미 소녀 캔디가 된 거야.
수도꼭지란 별명은 어디 가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절대 안 울어~~지금까지 무심코 들었던
캔디의 주제곡에 자세히 귀 기울여 보면 정말 무서운 가사가 내포 되어 있다는 사실 아니? 그 노랫말
가사가 아줌마로 성장해 가는 여자들의 맘을 대변하는 가사 같단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절대 안 울어~ 더는 울지 않는다는 결심이지]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이 대목이 젤 무서워..섬뜩하지 않냐?]
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 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다 비키라 이거지 거침이 없다는 거야]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캔디~~[내 이름 세 번을 강조하면서 굳게 입술을 악 다물며 살아
가겠다는 거지]



말을 하다 보니까 내 얘기도 아닌데 내 친구 사촌 누나 시누이 회사...하여간 모르는 사람 얘기를
내가 좀 흥분해서 얘길 했네...다시 그 모르는 분의 와이프 얘기로 돌아가면 결혼 16년 차 포스가 장난이
아니래~~술 한잔하면 주먹으로 옆에 사람 툭툭 치면서 얘기하기, 아무 데서나 목소리 까뒤집어가면서

웃기, 집 안에 아무 데서나 훌러덩, 그리고 남편 쥐잡기...등등

지금 아마도 네가 아는 어떤 여자 한 분이 떠오를 거야 하지만, 그분 아니야 모르는 사람 얘기야.
지금 생각에 우리 지영이가 설마 설마 하지?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제수씨 출산할 때 옆에 서 지켜
봤다며? 생전 첨 제수씨 입에서 욕 나왔다며?......... 봉인 일 단계가 풀린 거야....축하해!



그 아줌마 봉인이란 게 예전에 쌀부대 보면 실로 봉인해놨잖아..첫 매듭 풀기가 어렵지 그 매듭만
풀리면 일사천리로 뚜 두둑~~풀리듯이 한꺼번에 확 풀린단다. 이렇게 말해도 실감은 안 날거야
한 가지만 더 말해주면 지금은 아니고 조금 있다가 상상을 해봐 간단한 상상이야 지금의 제수씨에게
아무 무늬도 없는 흰 면 티를 입혀봐~~그리고 청바지를 입히고 그리고 그 모습을 1초만 생각해봐
혹시 소녀시대 모습이 스쳐 가면 그래도 아직 먼 거고 아내에게 흰 티와 청바지를 입힌 상상을 했더니
선거철 지하철에 구호 외치는 아줌마가 스쳐 지나가면 뭐 두말할 것도 없이 아줌마라는 완성체가 된 거야.



지금 얘기를 들으면서 아빠 된 지 일주일도 안 된 나에게 왜 이런 난데없는 아줌마 타령을 하나 할 거야.
꽃사슴처럼 촉촉한 눈망울을 가졌던 한 여자가 입술 악 다물며 거침없이 웃으면서 노래하며 푸른 들을
왜.... 쳐 달릴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남자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맞아 그것도 맞는데

아직 16년 차 내가 볼 때는 100에서 30은 내 탓이고~~20은 지 원래 성질머리고~~나머지 반~~50이
바로 네가 지금 쪽쪽 빨고 깨물어 주고 싶다는 그 새끼들 때문이야~~그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 같은
건강이가 진짜 몇 년 만 있으면 다짜고짜.....돈 달래! 머리 염색한다고, 염색약 산다고 친구들이랑
염색하기로 했다고~~그것도 오렌지색으로~~내 친구 사촌 누나 시누이...얘긴데 내가 또 흥분해서 자꾸
감정이입이 되네.....그 와중에 중학교 2학년 6대 독자 아들 녀석 성적표 나왔네....아내 얼굴 슬쩍 봤는데

입술 악 다물면서 진짜 푸른 들판 쳐 달리는 거 같더라. 남에 새끼 40점 미술 점수에 자꾸 울컥해서 더는

말을 못 잇겠다.



화니야~지금 회사에서도 건강이 생각밖에 없다며? 건강이 많이많이 예뻐해 주고 물론 너야 제수씨
잘 챙기겠지만, 지금 조리원에서의 산후 조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몇 년 아니 몇십 년이 걸릴 산후 조리가
더 중요하다는 거 알고 건강이는 물론 건강이 동생까지도 생각한다면 제수씨 많이많이 도와주렴.
제수씨의 맑은 눈동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 지금 애들이 알아줄까?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알아줄까? 친정 부모님께서 기억해줄까? 세상에서 아내의 맑은 눈동자를 죽을 때까지 기억해주는 사람은
남편인 너밖에 없단다. 혹시나 나중에 제수씨가 입술 물고 푸른 들판을 쳐 달리며 노래를 쳐 불러도
맑은 눈동자를 꼭 기억해주렴~~

댓글목록

dudeh님의 댓글

dudeh (rmsdk70)

흰 면티에 청바지, 선거철 지하철역 아줌마 정말 공감갑니다.전 지하철 역 아줌만데...재밌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sinman님의 댓글

sinman (bnklf)

완전 너무웃겨서 눈물이 칠끔칠끔 나요 ㅋㅋㅋ 완전 대박공감 ㅋㅋㅋㅋ

미케님의 댓글

미케 (nsjkr0907)

결혼 8년차에 16차 포스가 나오는 저를보고 울서방님은 이미 예전의 제 눈동자를 싸악~잊으신거 같은데...
정말이지 완전히 공감가요~

나지금화났음님의 댓글

나지금화났음 (highly9)

지하철역아줌마ㅋㅋㅋㅋ 아 자기전에 한번 웃고자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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