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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러리 (roren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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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12
본문
영화를 볼때마다 아이들 아빠 또는 아이들이 보고싶어하는 영화만 보러다니다
마침 아이들이 친척집에서 하룻밤 잔다고 해 남편에게 영화보러 가자고 했더니...
삼류 에로 영화정도로 생각했던지...시큰둥 하더군요.
싱가폴에서 근무하고 계신다는 류아무게님께서 인터넷에 올리신 글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도 그냥 시큰둥 했을겁니다.
그분은 삭제된 버전을 이미 보았는데 풀버전이 상영되어 다시 보셨다 했습니다.
아마도 삭제된 버젼을 상영했으면 나도 절대로 보러 가진않았을것입니다..
영어 또는 중국어가 좀 되시는 분은 꼭 한번 가서 보기 바랍니다.
안타까웠던건....
자막을 읽느라 영화에 올인 할수 없었습니다.
내가 글로 쓰고 싶었던 것을 너무 정확하게 쓰신분이 계셔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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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 늦게 <색,계>를 봤다.
새벽 4시까지 머릿 속이 부산스러워서 잠을 잘 못 잤다.
얼마만이지?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본 뒤, 그 여파에 잠 못자고 속 번잡스러워지는 이런 경험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마지막이었던가?
세상살이가 1,2년 늘어갈 수록 웬만한 자극에는 자꾸만 무뎌져서
뭘 보거나 뭘 들어도, 돌아서면 다 잊고 1초만에 현실로 돌아와있곤 했다.
컴컴한 극장 나와서 콜라 한잔 들이키면 대부분의 영화는 곧바로 기억 나지도 않았는데.
그러나, <색,계>를 본 뒤엔 불편하면서도 지나치게 강렬한
감정의 여진이 남아있는데,
이거 진심으로 피.곤.하.다.
이안 감독의 영화는 <아이스 스톰> 때도 그랬다.
그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계는 느리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그 아래 끔찍하고 강렬한 소용돌이가 숨겨져 있어서
가끔, 순식간에 현실의 고요함을 뚫고, 폭발하는 순간이 생긴다.
이안의 걸작 <아이스 스톰>
영화를 보며 가장 놀랐던 장면은 90분의 시간이 흐른 뒤
처음으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정사 장면이었는데,
그 순간이 바로 그랬다.
폭력에 가까운 정사 전에 양조위는 이렇게 고요하게 앉아있다.
정사 보다는 폭력, 강간에 가까운 그 장면에서
비로소 주인공 이(양조위)가 지친 눈빛을 지닌 조용한 남자가 아니라
동포들을 잡아다 고문하고 죽이는 잔인하고 냉혹한 정보대장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장면과 비견될만한 장면으로 기억나는 건 영화 <폭력의 역사> 중 한 장면 정도?
하지만, 그 장면도 이에 비하면 온순하다.)
사람들은 신인같지 않은 탕웨이의 연기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그녀도 물론 대단히 멋진 연기를 해냈지만,
나는 선하고 왜소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 양조위의 연기에
할 말을 잊을 정도로 놀랐다.
이건 내공있는 배우 양조위의 재능에, 이안 감독의 탁월하고
정확한 연출관이 빚어낸 결과다.
"항상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잔인함과 자기 부정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이’는 매우 복잡한 캐릭터다. 사랑을 갈구하면서, 사람을 꿰뚫어 보면서 분노가 터져 나와야 하는데 양조위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기에 최상의 눈빛을 지녔다" - 이안 감독
이건 감독이나 배우가 각자 혼자 이루어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이런 캐릭터를 머릿 속에 그리고 있는 감독이 그걸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정확하게 찾아내야 하고, 그 배우가 최대한 그걸 연기해줘야 하는, 모든 상황이 딱 들어맞아야 나오는 드문 경지다.
<색, 계>가 그 결과물이다.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도, 몇 문장 이상 이어지는 대사도
별로 없는 이 영화는 전쟁_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강렬한 욕망과 집착, 감정의
소용돌이를 냉혹하고 정밀하게 묘사한다.
색色은 색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중국한자로 색깔이라는 의미도 있다. 모든 사물에는 개인이 받아들이는 색깔이 있다. 애국심, 사랑, 집착, 욕망 등이 색이라면, 계戒는 눈에 보이는 그 색에 대해 신중하고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 이안 감독
이안 감독은 양조위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야하기 보다 처절하기 짝이 없는 3번의 정사 장면,
고요하지만 긴장감에 터질것 같은 두 주인공의 팽팽한 관계를 통해 색, 계 의 상황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안 감독은 그들의 색이 뭐였는지조차 잘 알려주지 않는다.
집착, 사랑, 애국심, 동포애, 육체적인 욕망, 증오, 외로움, 폭력?
그러고보니, 원래 욕망 또는 색이란 자기가 가진 욕망도 뭔지 알기 힘든 모호한 거 아닌가?
또,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매일 이런 모호한 욕망과 싸우며 살아가는
색, 계의 상황이라서 감정의 여진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나보다.
내가 가진 욕망과 집착, 감정의 소용돌이는 어떤 개 같은
현실 속에서도 고개를 쳐들게 마련이다.
영화 <색, 계>는 전쟁을 배경으로 그 간극이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그렸는데,
나도 그 간극을 겪으며, 처리하며 매일을 살고 있다.
욕망을 따라 살자니, 현실을 감당할 자신이 없고,
욕망을 버리고 살자니 괴롭고.
그런 색, 계의 극단을 보여주는 백미는 피도 눈물도 없이 끝내 버리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 장면의 양조위 눈빛과 말이 생각나서 괴롭다.
말하지마. 내려가서 계속 놀아
댓글목록
娜娜님의 댓글
娜娜 ()약간 긴가민가 하고 가서 본 영환데, 최소한 저한테는 올 해 본 영화들 중 최고였습니다. 사실 노출의 수위는 좀 높긴 했는데, 영화의 텐션이 꽤 높아서 긴장하고 따라가랴, 상해어-광동어-보통어로 계속 바뀌는 내용을 따라가랴 충격적인 장면에 그다지 눈이 머물진 않았어요^^ 40년대 상해의 분위기, 작은 소품이며 셋트, 아름다운 의상, 마음에 남는 대사, 좋아하는 가수 周璇 원창의 노래까지... 나와서도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아마 DVD로 또 볼 거 같아요.
봤는데..님의 댓글
봤는데.. (mich)
강추합니다. 베드신은 적나라하지만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전혀 천하게 느껴지지 않는답니다. 베드신에서의 남자주인공의 태도의 변화가 심정의 변화를 보여주거든요.
2시간 반 동안 상영되는 동안 어디 한 군데도 질질 이야기를 늘이는 구석이 없고, 대사나 사건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답니다.
being님의 댓글
being (michelle1024)
웬지 꼭 봐야할것 같은 영화같네요..근데 아직 하려나..?
디비디 나옴 봐야겠네요..ㅎㅎ
남친 오기전 같이 할 리스트 작성한 것중에 영화보기가 있었는데, 결국 이래저래 시간이 안되서 전 아직까지 싱가폴와서 극장에서 영화 한번 못보고 지내고 있네요.
남친이 보고싶어하던 레지던트 이블도 못 보고..흠..
오늘부터 남친 또 바빠질텐데, 언제쯤 싱 극장에서 영화 함 볼까나..ㅋㅋ
mee님의 댓글
mee (icafenz)싱가폴 영화관에서 보실때 영어자막이 있나요?
fifi님의 댓글
fifi (roren2003)
mee 님 싱가폴은 아주 많은 인종이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영어를 공통어로 사용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