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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 한명이 우리 곁을 떠나서 더블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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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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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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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서야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답니다.
12월20일 싱가폴 스쿼시 클럽의 역사는 새로운 장을 맞고 있습니다.
이제 싱-스쿼시 서열 1,2,3위는 모두 유부남으로 바뀌고 말았답니다.
그 역사의 현장을 놓칠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나를 그날 그자리까지 달려가게 만들었습니다.
12시경, 김포(제2강화대교, 초지대교라고 부르지요, 근처)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강화-김포공항간의 길이 워낙 막히던 터라 일찍 나섰지요. 그날은 너무 잘 뚫렸습니다. 단숨에 양화대교까지 도착했군요. 1시20분전, 션님의 결혼식 이전부터 끝까지 다 볼 수 있겠다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 서교동 방향으로 진입을 했지요.
근데 이게 웬걸, 서교동 근처는 완전히 차들로 환영 인파들로 가득 차 있더군요. 나는 싱가폴에서조차 이렇게 오지 않으면 션님, 결혼식장이 무척 썰렁하리라는 생각도 겸하여 가지고 있었던 터라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을 했지요. 그 대부분의 차들이 션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오는 하객들일줄이야...
속으로 생각을 했지요. 아니 이렇게 복잡할 줄 본인이 알았으면 상암구장이나, 잠실실내체육관을 빌려서 치렀어야지, 하객들을 이렇게 고생시키면 나중에 어떻하려고??? 양화대교에서 셔교호텔근처까지 가서 주차하는데 1시간20분이라면 믿을 수 있나요?
육코치님도 30분전에 넉넉히 도착하였다는데, 주차를 못해서 결국은 애기와 부인까지 뛰어서 헐레벌떡 식장에 도착하여서 션님의 마지막 싱글의 모습을 보았답니다. 저는 입구에서 육코치님 만나서 올라가려고 기다리다가 결국은 션님 뒷모습만 보게 되었지요. 인파들 틈에서 꽁지머리를 보고 바로 알 수 있었지요. 나는 션님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 같아서 차마 그 앞모습을 보지 못했음을 잘 된 일이라 생각하고 군중들의 틈을 파고 들어갔지요. 서교 호텔 3,4층을 가득 메운 손님들, 한치의 틈도 없이 메워진 그 틈 속에서 겨우 션님의 행진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지요.
목사님의 선언문 낭독, "이 예식은 기독교식으로 진행됩니다. 하객들은 나눠드린 찬송가를..." 이렇게 시작된 예식은 밥을 먹어가면서 한시간도 훨씬 넘게 진행이 되었지요. 분명히 그저께는 성당에서 신부님 앞에서 혼인서약을 했었다고 들었는데, 갸우뚱, 아뭏든 기독교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보무도 당당히 입장한 뒤 돌아선 션님의 모습은 얼마나 밝은지, 결혼이 그렇게 좋은가? 옥색 눈부신 쪼끼를 받쳐입은 연미복은 션님의 꽁지머리, 우람한 풍채와 잘 어울려서 마치 중세의 왕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지요. 신랑이 아깝다는 말이 절로 우러나오는 순간이었답니다. 저 신랑에 맞는 신부를 어디서 구해올까? 그래서 션님의 결혼이 여태껏 미뤄지고 있었구나...
신부 입장을 보면서, 이것은 정말 세기의 결혼식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1981년이던가요? 한창 더웠던 그 여름날, 등산 계획까지 미뤄가면서 처음 나온 칼라TV로 지켜본 결혼식,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차알즈 황태자의 결혼식 장면을 그대로 기억나게 하더군요. 신랑의 그 모습에 한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 결국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그래서, 션이 그렇게 결혼전부터 지금가지 쭈욱 기쁜 모습만 보였었구나...
결혼식 때, 우는 신부들의 모습을 참 많이 봤던 터라...
결혼이 삶에 슬픈 흔적을 만들어주는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그래서 결혼식장에 가면 마음이 상해 돌아온 경험이 많아서 가급적 결혼식장엔 늦게 가는 습관을 가졌었는데...
아뭏든 결혼식은 성공적이었고, 또 다른 유부남 한명이 탄생하였고,
이제 남은 것은 그 유부남들이 차지하고 있는 1,2,3등의 순위를 싱글들이 쟁취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일 뿐...
싱글들이여 분발합시다.
마지막으로, 결혼하신 두분,
나날이 복되고 즐거운 시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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