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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울리나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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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다 한다 (dpebzp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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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9
    4. 200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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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메이드가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메이드는 제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갔고, 저는 정말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서 아주 쌩 고생을 했답니다, 지금은 다 끝난 일이지만, 그냥 주저리 주저리 제 이야기를 떠들고 싶네요,,

그 메이드 이름은 파울리나 입니다, 둘째 아이 임신 8개월 무렵, 집안일도 그렇고 도저히 힘들어서 메이드를 쓰게 되었죠, 제가 영어를 잘 못하고 성격이 좀 우유부단한 편이라 필리피노는 쓰기가 좀 겁이 나더군요. 해서 인도네시안을 선택했습니다, 처음 그 아이 사진을 보고, 인상이 너무 안좋아서, 신랑의 약간의 (?)반대도 있었지만, 워낙 급했던 터였고 인상이 밥먹여주냐, 싶어서 그아이를 데려왔습니다,(그 아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저와 동갑입니다,)

제 딸아이가 메이드를 처음부터 너무너무 싫어해서 첫날 부터 꽤 애를 먹었지요, 샤워도 안한다, 옆에도 오지말라, 밥먹는것도 싫다,, 처음이니까 그렇겠지, 싶어서 배가 만삭이었지만 그냥 제가 다 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나요?  한달동안 파울리나가 보인 딸에게 보인 정성은 정말 제가봐도 장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말없이 클레이점토로 무언가를 짜잔 ` 하고 만들어줘서 딸아이를 기쁘게 하고 소꿉놀이도 정말 재미있게 놀아주고,,, 역시 사람은 인상만 볼게 아니구나,, 싶었지요,.
저와 파울리나를 아는 지인들은 메이드가 아이랑 저렇게 잘 놀아주니 얼마나 좋겠냐며 부럽다고까지 했습니다,  나중엔 저밖에 모르던 딸아이가 종일 파울리나와만 붙어있어 샘까지 날 정도 였으니까요,
파울리나는 아들이 셋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딸이 너무나 이쁘다고, 우리딸을 정말로 사랑한다고 말했지요, 한번은 낮잠을 자고 있는데 아이방에서 까르르까르르 숨넘어 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살짝 일어나 들여다 보니 파울리나가 고깔모자를 쓰고 아이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더군요,
저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몸이 무겁다는 핑계로 아이와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제 대신 저렇게 열심히, 진심으로 놀아주니 말이죠. 집안일이야 시켜셔 하는 거라지만, 아이와 저렇게, 그것도 주인이 잠자느라 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재밌게 놀아주는것은 정말로 제 아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비가 아주아주 많이 오는 날이었습니다, 유치원으로 아이를 데리러간 파울리나가 우산을 하나만 들고 간것을 확인한 저는 부랴부랴 우산한개를 더 챙겨들고 빗속을 뛰기 시작했습니다,하나는 저와 딸아이, 하나는 파울리나를 위한 우산이었지요, 걸어서 십분거리인 그길을 뛰고 있는데 저쪽에서 파울리나와 제 아이가 보였습니다, 아!.. 파울리나는 한손으로 16키로나 되는 제 딸을 안고 한손으로는 우산으로 제 딸이를 받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 아이는 그날 비옷을 가져가서 비를 많이 맞지는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파울리나는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제 아이를 빗속에서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무거우니 내려놓아라, 걸어갈수 있을거다, 했지만 괜찮다며 기어코 무거운 제 아이를 한손으로 안고 가는 파울리나의 긴 속눈썹이 비에 흠뻑젖어있던 모습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고, 집에와서 고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다음에 또 그렇게 비가오면 그냥 유치원에서 전화를 부탁하라고,,(파울리나는 핸드폰이 없었습니다,,0

저희집 근처에는 신랑 회사 분들이 묶는 숙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인도네시안 메이드가 있습니다, 집이 워낙 가깝기도 했었고, 숙소 메이드가 절 좋아하고, 저도 그 메이드를 좋아해서 가끔 만나 밥도 얻어먹고 이야기도 나누곤 했지요, 하루는 숙소 메이드가 그러더군요.
얼마전에 파울리나가 그러더랍니다, 나는 우리 맴이 너무 좋다, 맴과 **(우리딸아이)을 만난걸, 이집에서 일하게 된걸 신에게 감사드린다고,, 그 숙소 메이드가 말하길, 자기 친구들도 메이드로 일하는 친구들 많지만 모두 주인을 싫어하는데 파울리나는 정말로 주인을 좋아하는것 같다고,,그래서 저도 그랫습니다, 다음에 파울리나가 그런이야기를 하면 주인도 너를 좋아하더라. ..라고 슬쩍 말하라고,,
저는 정말로 파울리나가 내심 좋았습니다, 물론 가끔씩은 밉기도 하고 그랬지만요,

어쨌든,... 그러다 제 출산일이 가까웠졌습니다ㅡ 큰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해서 둘째 아이도 제왕절개로 낳아야 했지요, 수술날짜를 받고 수술을 받던날, 저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한국도 아니고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맘이였지요, 수술을 받고 의식을 찾았을때 친정엄마가 그러시네요,
파울리나에게 고맙다고 꼭 말하라고,.., 제가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자, 수술실을 묻더니 그 앞에서 눈을 감고 기도를 한참 해주었다고,,(파울리나는 천주교였습니다, 저랑 같은 종교였지요, ) 쉽지 않은 일이라고 꼭 고맙다고 인사하라고 친정엄마가 몇번이나 말씀하셔서 저도 파울리나를 불렀지요,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었느냐,, 우리 엄마가 너 기도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셨다더라, 고맙다, ,,라고,
수술후 통증때문에 목이 다 쉬고 누워있는 저를 보고 많이 아프냐며, 짠,,한 눈빛을 보내주던 파울리나,,

그리고 저희는 퇴원을 했습니다, 싱가폴 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으니 병원비가 만만치않더군요,
5500불 정도 나왔습니다,
출산 준비에 메이드 비용에,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기 통장에 잔고가 좀 많이 부족했습니다,
아는 언니의 동생이 싱가폴에 온다길래 한국에 있는돈을 환전해서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좀 했습니다,
우리돈으로 400만원이었습니다, 한달 생활비였지요,.

친정엄마는 자꾸만 파울리나를 의심했습니다, 참치가 없어졌다, 여기 두었던 동전이 없어졌다. 아이한테 짜증을 내는것 같다,, 그러다 하루는 엄마의 묵주반지가 없어졌다고 난리가 낫습니다, 파울리나가 청소하러 방을 다녀간뒤 없어졌다는 겁니다, 천주교 신자인 엄마는 그 반지로 가끔 묵주기도도 하고 그러셨는데 그게 없어졌으니 난리가 난거죠,
자꾸만 파울리나를 의심하는 친정엄마와 그녀를 300퍼센트 믿는 저와 큰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파울리나가 방을 다녀간후,,, 묵주반지가 제자리에 와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엄마가 제대로 안찾은거라고,,우기며 파울리나를 두둔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기를 낳은지 열흘이 되던날 밤,,
"파울리나, 오늘 다 끝났어,,들어가서 자도 돼," 부엌에 앉아있는 파울리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돌아나오는데 파울리나가 저를 부릅니다,
"맴..
"어? 왜..?"
"....굳나잇,,"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이상한 느낌의 굿나잇이였습니다, 알듯모를듯한 미소를 보이며,, 굳나잇,,,
그것도 따라나와서까지 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더니 제 딸아이를 한번 안습니다,
"...굳나잇.."
그날은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들었느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일찍 일어난 친정엄마가 계속 중얼거리십니다,
"여섯시 반부터 메이드가 안보이네,,"
"너 어디 심부름 보냈냐?"

"아니~ 슈퍼 갔나보지.,"
그런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왜 그런 말을 햇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번도 말없이 슈퍼를 간 적이 없는데 말이지요ㅡ,,

"여섯시 반에 여는 수퍼가 있어?"

"편의점 갔나보지 그럼,,,"
저도 참 바보 같습니다,,

잠시후 9시쯤,,저도 그 애가 왜 안오나 했습니다,
정말이지 도망을 갔으리라고는 꿈! 에! 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배달시킨 한국고깃집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여니 2불짜리만 있습니다,
아, 맞다 한국서 찾아온 6400불 장농에 두었지,..
일주일 전에 받은 한국돈이 장농에 있엇습니다 한번도 입지도 않은, 앞으로도 입을일이 없는 신랑의 동복 점퍼 안주머니에,,
그런데,,,, 이상합니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안방 장농 까지 걸어가는데 자꾸만 심장이 터질거 같습니다, ,,,

장농을 열어보고,, 저는 주저앉았습니다, ,
다시 부들부들 떨며 파울리나의 여권을 넣어둔 서랍을 열었습니다,,
,,,,,없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이제 열흘이 된 저를 두고ㅡ,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댓글목록

태무진님의 댓글

태무진 (ccf0217kr)

가슴이 미어집니다....

rose님의 댓글

rose (ksjmom308)

저도 우리집에 두번째로 온 메이드가 돈을 훔치는 바람에 내보낸적이 있어요...지금 아이는 참 착하고 잘하는데...사람 믿지 못하고 자꾸 의심하고 살펴야하는게 정말 힘들어요..

a.star님의 댓글

a.star (ekkim1214)

너무 놀라서 소설 한편 읽은 것 같아요ㅠㅠ 메이드를 믿지 말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처음부터 계획적이었던 걸까요? 무섭네요
저희집 메이드도 자잘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아무리 하챦게 생각되는 것도 절대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저도 처음 실망했을 때 믿지 못하고 어떻게 한 집에 살 수 있을까 싶어 보내려고 하다가 누가 와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잘 컨트롤 하는 수 밖에 없겠구나' 하며 데리고 있어요
휴~상심이 너무 크셨겠어요
그래도 (2)가 궁금하네요^^;;

번들맨님의 댓글

번들맨 (sys4cad)

ㅡ.ㅡ 메이드들... 넘 안좋은 부분만 보여서.
전.. 아예 포기 할라구요.
집사람좀 도와주게 하고 싶은데.

좋은꿈님의 댓글

좋은꿈 (icicle)

가슴이 짠하네요.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cessy님의 댓글

cessy (ceskim)

전 외출할때 메이드 두고 나갈때도 많은데,
그럼 안방을 잠그고 다녀야겠네요.
항상 아줌마를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정신이 번쩍 듭니다.

너구리님의 댓글

너구리 (junmami)

정말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속상하네요.

앵란감자님의 댓글

앵란감자 (arpark813)

정말 소설같다..
속상해 ㅠ.ㅠ

psfg25님의 댓글

psfg25 ()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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