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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햇볕, 매서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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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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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14
본문
매서운 겨울 바람 처럼 우는 소리가 예사스럽지 않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한겨울의 중턱에 있는 한국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햇볕도 집안 깊숙히 들어온다.
한국에서의 겨울 햇볕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상시에는 들어오지 않던 거실 한가운데까지 밀려들어오는 모습은 필히 한국에서의 겨울 햇볕과도 같은 분위기
이런 햇볕을 받을 때면 언제나 꽁꽁 얼어붙는 차가운 겨울이었기에,
후덥지근한 이 도시에서조차 싸늘한 햇볕의 느낌을 받는다.
거기다 바람 소리까지...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센바람에 낙엽들이 떨어져서 길위를 뒹굴고,
마치 나는 어느 한겨울의 날씨속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설이라고 한다.
귀성 인파의 행렬이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만은 아니다.
싱가폴에서도 얻그제 밤부터 어제 오전까지 말레이지아로 떠나는 사람들의 차량들로 국경선이 엄청나게 밀렸었다. 상당수의 사람은 고향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연휴를 즐기러 가는 행락객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예사롭지 않게 많은 이들이 싱가폴을 벗어나서 연휴를 보내고 있다. 토일월화 4일간의 연휴는 싱가폴에서 그리 흔하지 않다.
싸늘한 분위기의 햇볕을 느끼며 시내를 다녀보면,
왠지 모르는 외로움에 스스로 움츠려든다.
거의 본능처럼 어린 시절부터 내 몸에 베어진 삶의 패턴,
일년에 두번 맞는 명절,
특히 설에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강박아닌 강박이 나를 무척 힘들게 한다.
공직자이거나, 아니면, 군인, 경찰과 같은 특수직이 아니면, 거의 예외없이 고향을 찾아 귀성을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로 여겨지는 우리 문화 속에서 내가 서있는 이곳 싱가폴에서 맞는 설날은 왠지 더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이곳에서 이 명절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인가?
내가 이곳에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시간을 보내면서 존재해야 하는 그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에 대답 조차도 간단하거나,
아니 특별히 육하원칙에 맞춰서 대답해야 할 근거 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그냥 현실이니까 받아들일 수 밖에...
그것이 매우 간단 명료한 대답일 수 있다.
여러가지 상황을 맞춰보기는 귀찮고,
그냥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뭏든 그 속에서 설날을 보내면서,
빨리 연휴가 끝나고,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어느날,
오늘 이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지난 밤의 그 뼈저린 마음 속의 고통을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
삶은 흘러가고,
되돌아오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보내는 이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댓글목록
컴퓨터a/s기사님의 댓글
컴퓨터a/s기사 (k77is)많은 분들이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명절만 되면 밤에 잠자기가 쉽지 않지요.
바다꽃님의 댓글
바다꽃 (intothesky)햇볕이 차갑게 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것은 그걸 느끼는 내 마음이 외롭고 고단해서일까요? 몸은 혼자여도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겐 소중하고 그리워하는 상대가 아닐까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사물과 상황에 그 존재가치가 있고 값어치가 있듯이... 새해는 햇볕은 따스하게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네요. 복 많이 받으세요.
남강(서생)님의 댓글
남강(서생) (h12k13)한 편의 예쁜 시를 읽었습니다. 그래요, 삶이란 그런 것이지요. 언제나 아쉬움과 서글픔이 남지요. 그래도 가야하는 길이니까 그냥 그대로 가고 있을 뿐이지요. 건강하세요.
음님의 댓글
음 (mich)화니님의 글을 읽다보면 마주 앉아 차라도 한 잔 하며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는 거, 아시나요?
아비뇽의 안개님의 댓글
아비뇽의 안개 (beronijun)오래전부터 참으로 '어떤분일까...??'궁금한 분,..저도 팬입니다..
화니님의 댓글
화니 (jxkk)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바로 이곳이 차 한잔을 마시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그런 자리 아닐까요? 좋은 이야기들, 혼자서 안고 가기엔 무거운 짐들, 이곳에 많이많이 올려주시길...
센토사님의 댓글
센토사 (emprettykslee)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타향에서 외로움을 어루만져주면서 살고 있는지^^ 고향의 부모님도 보고싶고 전화통 너머로 들려오는 형제들 조카들의 웃음 소리와 부러워하는 우리 아이들의 눈빛에 가슴이 먹먹했답니다. 화니님의 말씀처럼 모두 내가 자처한 것임을 생각하면 애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싱에서 사는 모든분들이 따듯한 가슴을 나누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