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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의 추억...
-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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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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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사계절,
같은 곳이라도, 계절별로 느끼는 점들이 다르고, 방문하는 싯점에 따라서 수없이 많은 다른 추억거리들을 만들어주는 게 사실이지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사물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스승을 가지고 태어났지요.
어린 시절 그 어느날, 불현듯 겨울 바다를 보고 싶었습니다.
아는 선배, 후배, 친구 몇이서 겨울방학의 하루를 쪼개서 새벽에 부산으로 향했지요.
목적지는 을숙도.
동양 최대의 겨울 철새 도래지, 낙동강 하구언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인 이곳이 얼마 안있으면, 1/3만 남고 물속으로 잠기니까, 꼭 한번 가봐한다고...
살을 에는 추위의 한가운데임에도, 그래도 부산은 비교적 포근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요.
부산역에서 물어물어 시내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서 을숙도 입구까지 갔습니다.
그 끝을 알수없는 갈대숲, 작은 쪽배로 이리저리 안내해주는 사공의 안내 속에서 을숙도의 이곳저곳을 구경할 수 있었고, 물론 다 갈대에서 갈대 사이에 좁게난 뱃길을 따라서 다니던 길이라, 특별히 새로운 것도 아니긴 했었지만, 군데군데에서 겨울 철새들이 떼지어 날아가고, 다시 내려앉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하구언 공사가 다 끝났으니, 변한 모습을 한번더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매서운 겨울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숲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지요.
지나간 세월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몇몇 기억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네요.
저녁 무렵엔 자갈치 시장 한쪽 바닷가에 꼼장어를 고추장 볶음으로 하여 구워주시던 그 아주머니의 매콤한 양념 맛이 소주 한잔과 함께 왜 그리 잊혀지지 않던지...
지금도 가끔씩 그 꼼장어 구이가 미치도록 먹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한국에 갈 때마다, 꼼장어 구이를 찾아서 이곳 저곳을 들러 보지만, 그때 그시절의 그 푸짐한 얼큰한 고추장 육수가 곁들인 그런 꼼장어 구이가 아니라서 실망을 하곤 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 겨울철, 늦은 시간이면, 리어카에 카바이트 불을 밝히고, 멍게 해삼을 싣고 다니면서,100원에 한마리씩 손질해주시던 단골아저씨의 멍게, 그 모질게 추웠던 그 겨울에 찬물로 손질해서 씻어주시던 거의 어른 큰 주먹만하게 컸던 그 멍게의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새롭게 그리움을 전해주네요.
이젠 그런 멍게는 구경도 하기 힘들고, 그렇게 맛있었던 해삼도 보기 힘들고, 그때 그 꼼장어들도 다 어디로 갔는지...
겨울 바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그 많았던 횟집들은 아직도 잘 있는지요?
새까맣게 밀려오던 낮은 구름 사이로 그 추운 겨울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갈매기들이 그렇게 멋있게 날아다니던 풍경을 보며, 회를 먹었었던 그 날의 그런 시간들이 이제는 영원히 다시 돌아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가슴이 저며오기도 하네요.
남강 선생님께서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이곳저곳 많이 다니시면서, 많은 추억거리들을 쌓으시고, 저희들에게도 계속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댓글목록
긍정의힘!님의 댓글
긍정의힘! (iandp)10여년전 대학시절 부산에 친구들이랑 방학때 간적있었죠. 뭐랄까, 서울하고는 분위기가 확연히 틀린 광안리 해운대 남포동 참 좋더군요. 남포동을 중심으로 주변 번화가들 참 독특한 붕위기인듯 홍합을 부산에서 담치라고 하던데요. 술은 쪼매만 묵고 안주 많이 무라 공짜로 냉면그릇 가득 퍼주던 포장마차 아주머니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공짜인가요?? ^^
화니님의 댓글
화니 (jxkk)홍합, 서울에서도 웬만한 포장 마차에서는 콩나물 국물과 더불어 공짜가 아닌가요? 홍합은 정말 값싸고, 맛있고, 국물 진하고... 싱가폴에서도 가장 저렴한 조개 중에 하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