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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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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은 만남의 서곡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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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니 (jxkk)
    1. 2,155
    2. 2
    3. 0
    4. 2009-07-20

본문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서,
수시로 틈만 나면 어디로든 향하는 버릇이 있다.
반드시 먼곳,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가까이 조용하면서도 한가롭게
바다라도, 아니면 나무들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연적인 풍광이면 좋다.

창이 공항을 주변으로 EastCoastPark Way를 따라 나서면 야자수 잎과 떡갈나무처럼 생긴 아름드리 나무들의 조화로움이 첫인상이면서 아직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창이 공항을 뒷쪽으로 Changi Village를 향하는 바닷가 쪽으로 난 그 길도 비오는 날의 낮은 구름들과 안개가 어울어지고, 야간의 나트륨 등 불빛까지 더해지면 운치는 정말 끝내준다.

싱가폴이 사시사철 여름이라서 낙엽지는 것을 보기 힘들지만, 어느 바람부는 날, 나무들이 우거진 그 길들을 자동차의 창문을 꼭닫고 에어콘을 세게 켜놓고 지나노라면, 한국의 왠만한 가을 풍경이 부럽지 않다.  분위기에 취해 창문을 열기라도 한다면 그 확 끼어드는 더운 바람이 정신을 바짝 들게 하긴 하지만...

거의 매달 한국에 한번씩 가는 편이다.

싱가폴을 뒤로하고 떠나는 발길은 얼마나 무거운지...
그동안 정들었던 싱가폴 친구들, 한국 친구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그 마음이 얼마나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지...
그래도 한국에 가면 만나게 될 친구들, 가족들 생각에 어두운 마음을 일부 기쁜 벅찬 마음으로 바꿀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떠난 이곳이, 한국에 발을 딛기가 무섭게 바쁜 일정 속에 묻혀서 아스라한 추억처럼 변해가고, 새롭게 만나는 한국에서의 인연들과, 차를 달려보면 모롱이 모롱이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한국의 자연, 산과 강, 들의 조화로움, 서해안이나 동해안을 함께 가미한다면 눈물이 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감싸준다.
영원히 다시 떠나고 싶지 않은 내 조국이건만...
또다시 떠나야만 하는 나는 얼마나 가슴이 쓰라리는지...

싱가폴에서의 출발은 주로 야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불빛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가로등 불빛들만이 나를 배웅해주지만,

한국에서의 출발은 주로 오후 해걸음할 무렵이어서 서해안의 낙조가 드리워지기 전의 그 찬연한 반짝임으로 가득찬 바다를 내려다보며,
초록빛으로 물든 그 바다의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햇빛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바다를 가로질러 달려가는 배들의 물살을 내려다보노라면,
아아 이곳이 바로 금수강산의 또다른 한자락인 것임을 절실히도 깨닫는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응어리진 아픔을 푸는데 보내야 했던것인가?

내가 떠나는 것도 그럴진데,
매달 되풀이되는 이제는 일상이 되어야 할 행사들임에도 언제나 가슴 뭉클하게 뭔가 나를 치고, 내 눈에 이슬 방울을 만들어주는 감정이 솟아나는데...

이곳 싱가폴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특히 한국인들은 거의 며칠, 몇개월 아니면 일이년이면 헤어져야할 운명의 굴레를 매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함부로 정을 주고, 함부로 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이젠 자재하고자 애를 쓴다.
주고 나면 얼마 못가 산산조각 나는 그 아픔이기에,
받고 나면 다시 돌려줄 틈도 없이 등돌리는 그 모습들이 비일비재하기에...

그 동안 이곳에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맞고,
또 떠나 보냈었던가?
차라리 한국 사람들을 대하지 않고 사는게 더 현명할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 해본다.
이곳에선 누구를 만나더라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제일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그네들처럼,
산골 동네의 거쳐가는, 하룻밤 쉬어가는 주막과도 같은 풍광 속의 이곳 싱가폴 생활이 내게는 언제쯤 마무리가 될른지...

오늘도 이밤을 훨훨 날아 한국으로 가야 하기에
무거운 마음을 잠시 달래고자,
떠나기 전에 잠시 이곳에 흔적을 남겨봅니다.

돌아올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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