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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한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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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SALIA (mjjung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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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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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차, 짐, 집 모두를 함께 인수하겠다는 사람을 알게됐다.
일이 너무 쉽게 풀려도 걱정스럽다는 얘기를 이 때 하는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약 그 사람들이 계획을 취소하면 어떻게 할까를 궁리해 뒀다.
준비해 둔 사람은 만약이란 숫자에 당황하지 않을듯 했다.
결론은 역시나.... ^^ 한국에서 들어오겠다는 그 사람들 일정이 11월로 연기가 됐단다.
처음 얘기나올때 디포짓을 걸라고 했더니... 여러가지 이유로...., 꼭 하겠다고 걱정말라 했던 사람들인데....
그래서 구두계약에 신용을 못하나보다. 사람간의 신용을 디포짓이란걸로 묶어두는 세상.... 나도 그렇게 살진 않았나 뒤돌아 보면서....
인연이 되지 않는단 얘길 이럴때 하는것인가?
너무 속상해 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혹시란 걸로 준비해둔 다음일정으로 진행을 했다.
돌아보건데.... 그날, 그날은 무지 힘들었지만 (매일 아침 눈을뜨면 밀려들었던 피곤함이, 온 몸으로 들어났다. 입속이 다 헐고, 밤새 걱정으로 잠을 못자서 하루종을 풀린눈으로 다니고..)
차도 잘 팔렸고(욕심 버린 가격이란 표현이 맞을듯), 짐도 하나하나 팔기시작한 3일째.... 이제 다 팔았다.
물건들 하나하나 팔려 나갈땐..... 느껴본 사람만이 느낄것이다.
그동안 쓸고, 닦고, 애지중지..... 물건 하나 하나에 사연이 있고, 기억할만한 이야기꺼리가 있다.
그런것들이 실려나갈때... 가슴이 싸~~아 한 것이!
특히 차가 팔려나갈땐, 한참을 바라봤다.
차없이 살수있을꺼란 생각에 한동안 열심히 두발로 잘 살았는데, 이 차가 필요하게된 사연부터,
큰차를 갖고 있다는 이유때문에 온동네 마을버스 역할을 다 하고, 잠못자고 한밤중에 한국서 들어오는 손님들 픽업 부탁은 기본이였고, 매 주일 미사끝나고 우르르 몰려드는 사내아이들의 셔틀버스였고, 한때 최대8명까지 홈스테이를 할 때 우리가족 포함 12명 모두를 태우고 쇼핑도하고, 외식도 하고... 함께 여행도 하고....
이제 다른집에 가서도 충분히 그 역할 잘 해 주길 바라면서, 별 말썽부리지 말고 사랑받고 잘 살길....^^
이곳에서 한국물건은 10년 넘은것이라도 무지 인기가 많다.
깨지고, 더렵혀져도 한국에서 온것이라면 서로 가져가고 싶어한다.
쉽게 표현해서 필리핀서 구입한지 1년된 물건보다, 한국서 10년 넘게 쓴 물건이 더 튼튼하고, 실용적이니....
이틀동안 여러사람이 다녀가면서 가격흥정도 하고,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겐 과감하게 가격도 깍아주면서,
어제는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분을 만나 다 팔고, 남은게 어떤건지, 리스트를 넘겨달래서 드렸더니, 거의 모두 사셨다.
말씀하시길, 본인이 산건 모두 평소 필요하던거였고, 물건의 상태는 그동안의 내 신용도를 봐서 뒷얘기를 안해도 되겠다고 하신다.
가격도 내가 책정한 그 가격 그대로 주시겠다고...
이분껜 내가 가격으로 정할수 없이 뒀던 게르마늄 그릇 풀셋트를 선물로 드렸다.
책장은 모두 공짜로 드렸다.
나도 내가 할수 있는건 베풀어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정리를 거의 끝낸 지금. "아... 내가 정말 잘못 살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 물건을 정리하고, 다시 싱가폴서 필요한 물건들을 벼룩시장에서 보면서 모두 나 같은 마음으로 물건들을 내 놓겠구나 하는 마음에 그들에게 좀 더 신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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