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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러기 할아비의 이야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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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생 (h12k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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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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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기스에 나가보기로 했다. 싱가포르 최대의 건어물 가게 밀집지역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MRT에서 내려 A출구를 나서니까 ‘ALBET CENTRE’가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우리나라 여느 항구도시 부둣가에 있는 건어물상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만 한약제와 과자류도 있어 다르긴 했다. 각가지 마른멸치에서부터 땅콩, 아몬드, 곶감, 말린 해삼과 이곳 과자류까지 커다란 가마니에 가득가득 들었다. 참 풍요롭다. 품질을 알 수 없으니까 함부로 살 수 없어 땅콩과 아몬드만 사기로 했다.
땅콩 마대를 가리키자 점원이 달러왔다. 엄지손가락을 고추 세우며 ‘원킬로’라고 하니까 ‘어쩌따울러’라며 커다란 주걱으로 비닐봉지에 딱 두 번 퍼 넣고 달았다. 손이 저울이다. 딱 제 무게다. 한 주먹 더 넣어 주었다. 당시 3S$이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다음으로 아몬드를 가리키니까 비닐봉투를 마대에 댄다. 손가락을 모두 펴고 ‘빠이’라고 하니까 500g을 달았다. 우리는 밖에 나와 엉터리 영어에다 중국말까지 하였다며 웃었다.
어젯밤 땅콩을 영문으로 찾아 메모하여 두었지만 다행이도 땅콩을 사는 데는 발음 걱정도 메모지 사용도 필요치 않고 통한 셈이다.
발음하니까 재래시장에서 일어났던 일이 떠오른다.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을 찾았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화장실 표지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인상이 괜찮은 시장 아저씨에게 물었다.
‘웨어~스더 토이레트’라고 혀를 굴러보았지만 알아듣지를 못했다. 낭패다. 물어볼만한 사람을 겨우 잡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당황스러웠다. 다른 것은 다 통해도 이것만은 손짓을 할 수가 없다. 엉겁결에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면서 ‘쉬~’라고 했더니 그제야 알았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또이렛?‘하면서 손가락질로 ’이쪽으로 들어가서 저쪽으로 가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곳의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나 중국어를 모르고서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던 일화다.
그 이후로 그 날 꼭 사용할만한 말에 대한 주요 단어나 문장은 미리 메모지에 써서 다닌다. 영어나 발음이 통하지 않으면 쪽지를 보여주면 금방 해결되는 경험을 한바 있어서다.
나온 걸음에 C방향 쪽에 있는 BUGIS JUNCTION쇼핑몰<한글 표기가 곤란하여 원문 그대로 씀>에 들렸다. 이곳은 지난해 손자들의 책가방을 사 주었던 곳이어서 낯설지 않았다. 여자용 가방은 있어도 같은 모양의 남자 아이의 가방은 없어 손녀 가방만 샀었다. 손녀가 안내원에게 자기가 고른 가방을 보여주면서 이것과 같은 모델의 남자 아이 가방은 언제 오면 살 수 있는지 물었다. 1주일 뒤에 오면 살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때 비로소 손녀의 영어 실력을 알게 되었다. 이를 두고 뒷날 친구들에게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모른다. 아내에게 그 때 가방 이야기의 진원지라고 하였더니 ‘당신은 손자들 자랑밖에 모른다.’며 퇴박을 주었다. ’사돈 남 말한다.’고 받아 쳤다.
지하 식품마트에 우리나라 딸기가 있었다. 너무 반가웠으나 값이 비쌌다. 1.2층 모두 인근 상가와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기도 하지만 통로를 찾기가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몰과 식당건물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수레형태의 점포들이다. 깔끔한데다 규격도 일정하여 앙증맞고 이색적이다. 여기 상품 대부분도 액세서리류로 비싸지 않아 살만하다.
C방향으로 밖에 나가면 건물 벽에 마치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것 같은 요란 괴팍스런 ilumo가 보이고 그 바로 옆에 부기스 최대 벼룩시장인 ‘부기스 스트리트’가 있다. 5$짜리 시계, 5~10$짜리 옷가지, 9.90$ 샌들, 8개 10$ 액세서리 세트 등 싸구려 총 집합소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어서 둘러보았다.
재래시장의 일반 상가는 대부분 오전 11시에 문을 여니까 쇼핑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손자들과 함께 오면 언어소통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편리하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이 또한 생산성이 없다. 어쩌다가 따라 나와도 자기들이 사고 싶은 것이나 관심을 끄는 것 밖에 모른다. 자기들의 요구사항이 끝나면 금방 ‘아이구 다리 아파’라며 주리를 튼다. 따라다니기 싫다는 신호다.
이래저래 늙은이들의 설 자리는 좁디좁다. 묘안을 짰다. 평일에 많은 쇼핑몰을 다닌다. 관심 품목에 대해서는 미리 품질과 가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는다. 그 다음 기회에 다시 들러 흥정을 한다. 묘안이라야 뭐 이 정도다.
이 정도라고 말하지만 시간에 기고 영어를 못하는 바람에 여러 번 실수를 했기에 우리에게는 절실한 대안이다. 창피하지만 실수했던 이야기를 해야 이해가 될 것 같다.
아내가 아이세도를 산다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마스카라였다. 1일 행사장에서 전자레인지를 샀는데 알고 보니 전기오븐이었다. 가뜩이나 ‘영맹’인데다가 ‘싸다’는 바람에 눈에 콩깍지까지 씌었던 경험이다.
지난번에 이어 오차드에 또 나갔다. 이번에는 오차드 로드 들기 직전의 오른편에 있는 ‘TANGS’ 표지 쪽에 들어갔다. 탱스는 출입문에 11시 개점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옆에 있는 ‘럭키 플라자’에 갔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만물상가다. 그리고 값도 싼 것 같았다. 독립 상가들이어서 일찍 문을 여는 점포가 많았다.
지하상가를 거닐다가 신발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 아내의 속마음을 얼른 알아차렸다. 색다른 여성용 샌들이 눈에 띈 것이다. 윈도에 30%~50% 세일 표지가 붙어 있다. 발걸음이 멈추기가 바쁘게 중국인 주인이 얼른 다가서서 무엇이라고 시부렁거리며 자꾸 들어와서 보라는 시늉을 했다.
아내는 머뭇거렸다. 나는 들어가서 보자고 권했다. 내가 봐도 괜찮아 사주고 싶었다. 반 강제로 밀고 들어갔다. 일단 신어 봤다. 예뻤다. 신어 보는데 까지 주인의 상품설명과 PR은 애절했다. 설렁 조금 못마땅하다고 해도 그냥 나올 수가 없는 분위기가 됐다.
85$이다. DC 하자니까 10%만 깎아 주겠다고 했다. 아내는 그만 나가자고 하면서 나갈 포즈를 취했다. 나는 바깥 윈도를 가리키며 30% DC라고 써놓았지 않았느냐고 눈짓 손짓을 했다. 그제야 30% DC하여 63.5$만 달라고 했다. 좀 얄밉기도 했지만 아침 마수일 것 같아 매정스럽게 돌아 설 수가 없었다. 카드 결제를 하고 나왔다.
아내는 왜 30%만 DC 했느냐고 불평했다. 나도 아내를 말을 듣는 순간 ‘아 참 그렀네. 차라리 50$만 주겠다고 할 걸‘...
이곳에서 물건 살 때는 50% 이상은 깎아도 통한다고 했다. 독한 마음먹고 눈 딱 감으면 절반은 벌게 된다는 것이다.
5$에서 50$까지 붙어 있는 가격표와 다양한 옷가지가 있는 가게에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아내는 손녀 입히면 예쁘겠다며 5$짜리 청치마를 샀다. 그리고 2층에 올라갔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귀고리 팔찌 반지 목걸이 등 액세서리 전문 가게가 있다. 무조건 3가지에 10$이다. 이 또한 작년에 들렸던 곳이다. 손녀가 하숙집 메이드에게 선물로 한 세트 사 주었다. 특히 한국 제품도 있어 인상적인 곳이기도 했다. 아내는 중국 비단가방에 관심을 가졌다. 3개 10$이다. 친구들한테 선물이 하고 싶은 것이다.
무엇이든 신중한 아내는 또 다른 곳을 들려보자고 했다.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있어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나오면서 이것저것 눈도장만 찍어 두고 나섰다. 길 건너편에 널리 알려진 ‘타카시마이야’가 우뚝 서있다. 사람들이 대로를 마구 횡단했다. 우리도 휩쓸려 함께 건너갔다. 무단횡단을 하고나니 마음이 떨떠름했다.
먼저 명품 브랜드 코너가 여인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코너마다 멋쟁이 여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지난번 DFS에 갔을 때처럼 들어가 볼 시간이 없어 지나쳤다. 일단 지하2층에서부터 2층까지 다녀 보았으나 제대로 보기란 시간문제이고 다리도 아팠다. 다만 지하 2층에 이벤트장이 열리고 있다는 것과 체인으로 된 대형약국 Guardian과 Watsons가 있다는 정보만 알고 뒤돌아 나왔다.
그 뒤로 오차드 나들이의 단골이 되었다. 오늘은 그동안 둘러보지 못했던 ‘파라곤’에 들렸다가 ‘타카시마야’에 갔다. 정문 왼쪽 첫 가게는 중국 상품 코너였다. 예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26$밖에 안 되는 비단 핸드백이 아내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색색가지로 5개를 샀다. 보석 액세서리 목걸이도 샀다.
중국 아가씨들은 사면 살수록 친절이 넘쳤다. 종업원 세 명이 모두 나와서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히고 ‘謝謝’라고 했다. 어쨌건 친절해서 좋았다.
지하 2층 행사장에서 아내는 손녀 샌들을 사고 나는 귀국 선물용으로 10$짜리 휴대폰 가죽 케이스를 10개 샀다. 가격대비 품질도 좋아 만족스럽다. 여성분들이 이래서 쇼핑을 즐기는가 싶다. 자주 가봐야 헐하고 좋은 물건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말이다.
다행이 오늘은 손자들이 늦게 집에 오는 날이다. 점심을 먹어보기로 했다. 밖에서 우리 내외가 점심을 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첫째 음식을 알 수가 없고 두 번째는 말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일 단 시도해 보기로 작심했다. ‘럭키 플라자’ 지하 식당에 갔다. 식당마다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가장 만만한 치킨 그림이 있는 줄에 섰다. 아내에게 자리를 잡도록 했다. 뒷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는 빨리 말을 해야 했다. 먹고 싶은 것만 고를 겨를이 없었다. 치킨이 있는 메뉴의 넘버를 댔더니 금방 통과다. 하나를 시켜 둘이서 먹었다. 밥은 날아가는 쌀이고 국물은 냄새가 비위에 거슬려 한 모금 겨우 넘기고 치웠다. 아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손자들이 있었으면 골라 먹을 것을 이 또한 말 못하는 서러움이다.
식당을 나서자 보석상점이 즐비했다. 이름 모를 보석들이 내 뿜는 오색영롱한 빛깔들은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아내도 윈도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한 번 들어가서 보자고 했다. 일단 들어가면 그냥 나오지 못하는 여린 내 마음을 잘 아는 아내인지라 잘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아내가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게 마음을 꽉 붙드는 그 무엇이 있는가 싶다. 너무 비싼 걸사겠다면 어쩌나 은근히 겁이 나기도 했다. 점원은 문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쏜살같이 다가와 아내의 눈길을 는다. 여주인도 손님이 무엇을 찾는지 점치느라 여념이 없다. 점원은 아내의 눈길이 딱 멈출 곳을 용케도 꼭 집어낸다.
장사 9단이라더니 다섯 줄짜리 목걸이를 끄집어낸다. 1450$이다. 여행 할 때 이만한 가격의 액세서리는 늘 사주었지만 이번에는 생각이 좀 다르다. 왠지 무리다 싶다. 품질도 믿을 수 없는데다 비슷한 액세서리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환금성이 있는 것을 샀으면 좋겠다. 아내 역시 휘황찬란한 스포트라이트에 비친 것과 실물을 구별 못하지는 않는다.
나는 짐직 ‘오리지널?’하니까 ‘오~오리지널.’하면서 100% 보증서도 준다고 했다. 아내의 결정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수작이었다.
아내는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더니 Amber(호박)목걸이로 눈을 돌렸다. 점원은 좀 실망하는 듯 했으나 금세 표정을 고치고 얼른 꺼낸다. 가격표는 380$이다. 아내는 ‘디시 하마취?라는 자기만의 영어를 했다. 그래도 쉽게 알아듣는다.
주인이 나서더니 350$을 제시했다. 인정사정없이 대뜸 No다. 그리고 320$? No. 300$? No. 이쯤 되니까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미안하고 안됐기는 했지만 끝까지 밀어붙일 생각인지 아내의 표정이 굳어있다.
나는 어이없이 바라만 보았다. 자꾸 내려가는 모양새가 마치 미끄럼 타는 기분이어서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얼마 주겠느냐는 말 같으니까 그제야 두 손가락을 한번 세웠다 접고는 이어서 다섯 손가락을 폈다. 즉 250$이라는 표현이다. 한참 만에 고개를 끄덕이며 포장을 하고 보증서도 써준다. 무려 130$이나 깎았다. 이것이 ‘럭키 플라자’의 생리다.
점포를 나서면서 ‘야, 당신 한국 깍쟁이라고 소문나겠다.’고 놀렸다. 지난 번 샌들 살 때 체득한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시티홀에서 내렸다. Raffles City를 둘러봤다. 그게 그거다. 지하통로의 시티링크 몰을 거쳐 선텍에 갔다. 사무실이 많아서인지 팔등신 백인 미녀들의 왕래가 잦다.
아내는 내 허리띠를 사 주겠다고 했다. 168$이다. 한국에서 3만 원짜리면 아주 좋다며 사양했다.
나이가 들수록 잘 입고 잘 먹고 멋도 부려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외형적인 멋은 싫다.
값싼 캐주얼 의상도 많다. 늙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첫 번째 단계가 옷을 입을 때라고 했다. 나이에 어울리는 옷이 제일 예쁘다는 것이다.
아내가 찾는 허리 긴 바지는 없었다. 모두 요즘 젊은이들의 유행인 골반바지다. 무늬가 없는 원색 치마도 마땅한 게 없다.
되돌아섰다. 시티링크 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나란히 붙어 있는 태국음식점과 일본 식당이다. 그리고 대형 디스크 상점인 HMV다. 판매대에는 코리아 코너가 있다. 한국 것만 보면 기분이 좋다. 일식 뷔페식당 ‘사케 수시’를 지나치며 가격을 봐두었다. 손자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11$ 어른 19$이면 크게 비싼 편은 아니다. 다만 평일 오후 3시에서 6시까지라는 단서가 문제다.
어느 날 아내가 오차드 로드의 ‘자라’가 생각나는지 나가보자고 하였다.
곧 바로 갔다. 100% 실크 블라우스가 사고 싶었던 것이다. 디자인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는 것 같다. 99달러와 145달러짜리 두 개를 골라 피팅룸에 들어갔다. 손님들 거의 대부분이 젊은 여자들이다. 백인들도 많았다. 나는 룸 밖에서 서성거렸다. 머리가 하얀 슬리퍼 차림의 늙은이 꼬락서니가 내가 나를 봐도 볼품이라고는 없다. 창피한 생각도 들었다.
젊은 여성들 보기가 민망스럽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부끄러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들의 의상은 잠옷 수준이니까.
아내는 한참이나 지나서 나왔다. 두 개 다 괜찮은데 어느 색상이 더 낫겠느냐고 물었다. 그냥 다 사라고 했다. 주춤하더니 ‘그럴까?’라 했다. 여자들의 옷 욕심은 못 말린다더니 정말 그런가 싶다. 계산대에 나가 아내 카드로 결제를 했다. 자식들에게 신세지는 것도 싫지만 노인들이 쇼핑이나 하고 다닌다는 오해도 받기 싫어서다.
그런데 집에 와서 문제가 생겼다. 비싼 옷의 한 쪽 어깨가 약간 운다는 것이다.
다음 날 영수증과 옷을 가지고 또 갔다. 카운터에 옷과 영수증을 내밀고 ‘체인지’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것을 골라오라고 했다. 아내는 피팅룸의 문을 열고 종업원 아가씨들이 보건 말건 나더러 보라는 것이다. 구김도 없고 예쁘다고 했더니 나왔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참 뻔뻔해 졌다. 체질에 전혀 안 맞지만 어쩌랴.
이렇게 영어를 모르면서도 쇼핑도 하고 값을 깎는 흥정도 하고 바꾸기도 했다.
싱가포르 강 하류의 일식집에서 바가지를 쓰기도 했고 편지 부치는 것도 남의 손을 빌려야 하기도 했다. 이래서 아는 것이 곧 힘이라고 말했겠다.
모른다는 것이 흉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랑거리도 아니다.
주변의 젊은 엄마들이 영어를 배우는 모습이 무척 부럽다. 젊은 기러기들에 있어서는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도 예사로운 복이 아니다. 배우면서 알아간다는 것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선(善)이자 가치다.
드리는 말씀 : 이렇게 자질구레한 경험담을 늘어놓는 것은 싱가포르에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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