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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파파 (sing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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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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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푸르름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http://www.hankookchon.com/bbs/zboard.php?id=life&page=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602

우연한 기회에 접하겐 된 글을 보면서 한동안 끙끙거렸습니다.

올 1월초 갑작스런 빙모상을 치룬지 이제 약2달 남짓. 아직도 귀에 웅웅거리는 목소리와 눈에 아른 거리는 모습에 술 한잔을 기울여야 하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습니다.

결혼전 처가집을 멀리하는 것이 편하다, 기죽지 않으려면 초기에 기선제압을 해야한다는 등등의 조언아닌 망언을 아끼지 않았던 몇몇 선배들 덕(?)에도 불구하고 멀리는 커녕 결혼 1년이 지난 다음해에 아내의 병환으로 1년을 처가집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사실 소위 처가살이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본가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인생관, 제2의 부모님 사랑을 느끼고 인생의 깊이를 배울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메꿔주셨던 장모님을 다시 그립게 했던 것이죠. 당선자 손현숙씨의 수기와 비슷한 경험이 저도 있어서 더욱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장례식을 치루고 사구제까지도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기에 멍한 느낌이었지만, 이후 일상으로 돌아왔을때 느끼는 허탈감과 슬픔은 달랐습니다. 아내는 어머님이 소지했던 물건이나 추억이 남겨있던 작은 사소한 것에서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그 어느때보다도 눈물은 한없이 넘쳐났습니다.

휴대폰 사건도...그중 하나입니다. 하늘나라 엄마가 전화를 했다

집사람도 돌아가시기전 1달 남짓, 어머님께 최신기종 휴대폰을 선물로 사드렸고, 장례식을  치룬 이후에 등록해지를 하기전까지 얼마간 소지하게되었습니다. 어느날 아내는 그동안 못한 치과치료를 위해서 날잡고 다녀왔습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장시간을 치과치료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저는 애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집에서 간신을 먹이고 책을 보고 있었구요. 시계를보니 아내가 오는 중일 것같아서 전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직도 치료중이야? 이렇게 늦을 것 같으면 애들 실고 데리러 갈걸 그랬나?  하지만 아내는 답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내가 집에 왔습니다. 뭐야, 전화도 안받고, 문자도 없고.... 어? 무슨 일 있었어?  그랬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모습이 달랐습니다. 마취를 해서 부은 얼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파서 울었기에 충열된 눈도 아니었습니다. 왜 그래, 자기야? 응? 무슨 일이야, 아팠어? 힘들어?  

엉엉...아내는 그냥 쇼파에 앉아서 한동안 계속 울었습니다. 이제 좀 익숙해지는 듯 했는데, 등을 토닥거리는 저의 손길도 오늘은 좀 떨렸습니다. 응응...계속 울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저도 울었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울지마라고 하면서도 어디서 눈물이 나는지....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느꼈을 때는 얼굴이 범범이 되고 한참이 지난 후였습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또 그리워졌기에 울었던 것 같다고.

얼마나 울었던지...이제 지쳐서 꺽꺽 소리만 내던 아내는 화장실을 다녀와 언제 그랬나는 듯이 환하게 웃으면 애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끙...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만큼 울만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울렸고,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던 아내는 심장이 텅하니 멈출것 같았다고 합니다. 엄마가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돌아가신 엄마가....저장된 번호를 삭제한 적이 없으니 당연 엄마가 전화를하면 모니터에 엄마라고 뜰수밖에요. 당연히 엄마가 전화한 것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받을수가 없었습니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울음을 참을수가 없어서... 차마.... 그 어느 누구보다 보고싶고 듣고 싶었던 엄마의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엉엉 울면서 집에까지 왔고, 그래서 저의 전화도 문자에도 답변을 할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오는 길 내내 엄마를 부르며 울었고, 걸려온 전화기를 두손에 꼭 쥐고 왔던 것이었습니다.

근데 엄마 전화는 어떻게 된 것일까? 알고보니 아들 동영이가 의자를 밟고 올라가 장식대 위에 올려놓은 할머니 전화를 꺼내들고서 놀았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생전 마지막으로 당신의 따님과 통화를 했던 터라 당연히 아내의 전화기로 하늘에 계신 엄마의 전화가 왔던 것입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백화점에서 왕할머니 선물을 사고 계셨고, 마트가서 장볼것이 없는지 물어볼려고 전화를 하신 것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그 마지막 통화가 다시 생후 마지막 통화가 되었던 것입니다.

엄마라는 말은 참으로 깊은 맛이 있습니다. 잊을수 없는 그 부드럽고 짜릿한 말, 엄마!  화장터에서 어린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소리치듯이 울먹이던 손위 처남의 그 순수하고 비애젖은  외침이 오늘 다시금  떠오릅니다.

조금전  아내와 국제전화를 하다가 알지못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섞였고, 마음이 상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분명 아내도 후회하고 있을 것이고 저도 그렇습니다. 알면서도 서로가 더 아파할까봐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씁니다. 타이핑하면서 눈앞이 가려서 같이 지내는 사촌동생에게 신부름을 시켰습니다. 자니? 매형 맥주좀 사다주렴.

어머님, 보고 싶습니다. 잘 계시죠?  그리고 당신아 미안해, 사랑한다고...  

있을때 잘할 걸...저에게 다시 인생을 사는 짧고 의미있는 이정표를 주신 우리 장모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 장모님! 저 잘 살겠습니다. 어머님도 이제 하고 싶은 일 즐겁게 마음껏 하세요! 사랑합니다.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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