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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촌 (han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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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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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3일, 이곳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모두가 염원하던 한국학교를 다시 개교하여 학생들을 맞이한 것이었다. 우리 2세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하여 그동안 뜻있는 많은 분들이 기금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어 노력한 결과였다.

등록을 받는 아침,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올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침 일찍부터 등록하러 오신 분들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교사들은 부족하나마 교실을 아름답게 꾸미고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등록을 받아 주시고, 교실의 안내를 맡아 주셨다.

초롱초롱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온 학생들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이 학생들이 지난 일년 동안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아, 많이 기다렸지? 우리 앞으로 정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공부하자.’ 마음속으로부터 뜨겁게 올라오는 벅찬 감정을 누르며 앞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간혹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토요일 아침, 칭얼대는 어린 아이에게 아침밥 먹일 겨를도 없이,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학교로 간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나의 적은 능력이나마 값지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나?’라는 나와 비슷한 질문을 하며, 남들이 늦잠자고 노는 토요일 아침에 학교로 달려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는가? 이 질문도 늘 따라 다닌다. 뿌리가 한국인이라면 한국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도 부모로서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접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비디오도 영어가 많고 일단 집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영어를 쓰니 아이가 영어를 더 많이 접하는 현실이다. 그러니 부모가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부단한 정성을 들이지 않는 한 자녀들이 한국어를 잘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수 없이 많다. 먼저, 모국어를 배우면 가깝게는 영어를 못하는 가족이나 친척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어를 배운 아이들은 부모세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가족애가 돈독해질 것이다. 공부를 계속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취직을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한국과 미국, 세계를 위해서도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자기 조상의 뿌리와 그 근간이 되는 모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에게 자긍심을 심어준다.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나타나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자아정체성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당당해 질 때 남들도 우리를 존중해 준다.

진아와 현아는 2년 전에 근무했던 시애틀의 한국학교에서 가르치던 아이들이다. 그 때는 중고등반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아이들이 말을 너무 잘하고 읽기와 작문도 한국의 중고등학생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진아와 현아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정도를 마치고 미국에 이민 온 아이가 아닐까 생각하였다. 그래서 하루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 보았다.

“진아랑 현아는 몇 살 때 미국에 왔니?”
“저희는 여기서 태어났어요.”
“한국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나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이 악센트가 전혀 없고, 읽고 쓰기를 이렇게 잘 하다니! 나중에 알고 보니 진아네는 가정형편이 아주 어려웠다. 그런데 부모님은 아이들을 모든 면에서 아주 바르게 키우고 계셨다.

인애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중고등반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한국의 속담, 사자성어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척척박사였다. 한국의 초등학교 6학년보다 국어 실력이 더 좋을 지경이었다. 하루는 인애에게도 한국에 잘하는 방법을 물었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가 동화책을 매일 읽어 주셨다고 했다.

한국에 사는 고모도 늘 동화책과 비디오을 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학교를 유치원 때부터 계속 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애는 이제 한자어를 배우고 있었다. 보통 아이라면 이 정도면 한국어를 공부를 더 하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애는 한국의 단편소설도 읽고 있었다.

지난 20일에 있었던 개교 기념식에서 본교의 이경종 교장선생님은 100%의 한국인, 100%의 미국인을 역설하셨다. 우리 아이들은 한국인이며 미국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이 아이들이 미국공립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며 또한 한국인의 얼을 이어받고 자랐을 때, 이 아이들 앞에 다른 누구보다 유리한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가 아무리 미국인처럼 행세를 해도, 어디를 가나 우리에게는 한국계라는 말이 따라 다닌다. 우리 것을 잘 알고 있을 때 남들도 우리를 존중해 주고, 우리가 우리 자신의 뿌리를 사랑할 때 남들도 우리를 사랑해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치냄새를 숨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김치의 좋은 점을 알려서 그들도 우리 것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당당히 코리안 문화를 전파해 나가야 한다.

우리 재미동포가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노력해야할 일들이 많다.그 중에서도 한국의 지위와 재외동포의 지위가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미국주류 사회에 우리 한국인들을 이해시키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이것은 재미동포들의 역할이 크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바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한 예로, 지난해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재미한인학교 교사 연수회에서 한국어로 능숙하게 연설을 한 제시카라는 백인 학생이 있었다. 제시카가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친한 친구가 한국계였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집에 놀러 가면 한국어로 된 책들이 있고, 노래도 듣고, 또 신기한 한국말을 하는 것을 보고 한두 마디씩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친구와 함께 한국학교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제시카가 한국어를 너무 잘 하니까 그녀의 부모도 방학을 이용해 제시카와 한국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다.

다른 학교에서도 가끔 제시카와 같은 사례들이 있다고 한다. 자녀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자녀에게 뿐만 아니라 장차 미국사회의 주류가 될 그들의 친구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예이다.

60, 70년대에는 자녀들에게 한국말을 애써 가르치는 부모가 드물었다. 사회적으로도 이중언어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고, 이중언어를 할 때 아이들이 혼란을 겪지 않을까 하는 부모들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적으로도 이중언어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중언어를 하는 경우에, 창의성이 월등히 높아지며, 두 언어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다른 언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단,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부작용이 없다.

일찍이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중언어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모국어를 더 잘 한다고 간파했다. 유럽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몇 개 국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재미동포도 이러한 훌륭한 이중언어 환경과 기회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각오로 학교를 열었다. 돌이켜 보면 2년 전에도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한국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학교가 장소의 문제, 재정적 어려움과 그 밖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고 말았다고 한다. 이것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 한인들 모두의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첫째,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는 문제다. 뜻있는 많은 분들이 이사회에 가입하고 기부금을 내고 있지만 학교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무상으로 빌려 쓰는 한인노인회 건물은 교실 수가 많이 부족하다.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학교의 자체 건물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재미한인학교협의회(www.NAKS.org)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에는 1천여 개의 한인학교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학교까지 합하면 2천여 개의 학교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들은 자체 건물이 없다. 그래서 교회의 건물을 빌리거나 공립학교의 건물을 빌려 어렵게 주말학교를 열고 있는 것이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한국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건물이 아닌 한인 노인회관의 방들을 교실로 쓰고 있다.

둘째는 좀더 학생수준에 맞는 체계적인 학습을 하기위해서는 학생수가 좀더 많아야 한다. 학생수가 많으면 학급을 더 세분화할 수 있어 학생들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몇몇 교회에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한글학교들을 한국학교로 통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본국정부의 재외동포재단 등과의 연계를 통하여 교사연수나 교재개발 등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한국정부에서는 외국인 학생들도 장학금을 주며 초청하여 공부를 시키는데, 재외동포들의 자녀들이 한국에 대해 공부를 하고자 하는데, 세금을 안 낸다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지원해 주어야한다. 그들은 장차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일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이다.

넷째, 다양한 한국어 교재의 개발도 시급한 문제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 만든 교재가 많이 향상되긴 했어도 아직은 이곳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읽을 수 있는 동화책들과 시청각 교재를 확보하는 것도 절실하다.

우리는 이 문제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한국학교는 한국인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시는 한국학교가 좌초되는 일이 없이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한인들이 사는 이상, 영원히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이해관계를 떠나서 함께 매진해야 할 때다.  

2003.9.24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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