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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사회적 이동성 과제: 교육과 정책으로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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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촌 (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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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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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가 최근 정치·사회 담론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불평등이 커지면서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교육 개혁과 부의 재분배 정책을 통해 격차를 줄이고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1980년대 싱가포르에서 성장한 림씨는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토아파요의 3룸 HDB 아파트에서 어퍼 톰슨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했고, 학업과 경력을 통해 소득 수준도 높였습니다. 초등교육조차 마치지 못한 부모는 시장 노점과 임시직으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그녀는 래플스여자초등학교와 싱가포르국립대를 거쳐 금융계에서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그때는 ‘사회적 이동성’이란 개념보다 능력주의가 강조됐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자연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예전에는 HDB에서 자라든, 대저택에서 자라든 교육이 평등한 기회의 장이었지만 지금은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로렌스 웡 총리는 지난 9월 24일 국회 연설에서 “사회적 이동성을 지켜내기 위해 싱가포르식 능력주의를 더 넓히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타르만 대통령 역시 취임 연설에서 사회적 이동성을 새 정부 임기 핵심 과제로 꼽았습니다.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과 제1야당인 노동자당(WP) 의원들 모두 국회 토론에서 불평등이 사회적 결속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커질수록 세대를 넘어 사회적 계층을 이동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2015년 정부 연구에서는 하위 20% 가정에서 태어난 남성 중 14%만이 상위 20%로 올라갔으며, 이는 여전히 미국·영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앞으로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7년 0.48까지 올랐다가 정부의 세제·복지 개입으로 2024년에는 0.36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자산 격차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의 집중이 사회적 이동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부유층이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스트리밍 제도의 폐지, 영재교육 프로그램 개편, 교과목 기반 배정 도입 등 교육 개혁을 단행했으며, 단일 시험의 비중을 줄이고 성적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고용·승진 문화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중산층과 상류층 가정이 사교육과 사적 자원을 통해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면서,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민간 단체들도 격차 완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Dreams’와 같은 사회 이동성 지원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에게 학습·멘토링·리더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녀가 자신감과 독립심을 키우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 유진 탄 교수는 “소득 불평등이 줄고 있다 해도, 싱가포르가 덜 평등해지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은 사회적 결속과 정치적 정당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책임 있는 정부라면 누구나 출신 배경과 관계없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이동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 교육 개혁과 복지 정책을 확대하고, 부의 불평등 문제를 새로운 사회적 도전으로 삼아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면 사회 통합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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