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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연습, 화려한 주말의 마무리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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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니 (jx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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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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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친구는 스쿼시 뒤풀이에서 단조로왔던지, 자기 친구랑 만나서 맥주를 하러 가겠다고 하기에,
그냥 골프 연습장에 같이 들렀다가 조금만 구경하고 가라고 했었는데,
결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였답니다.
다들 초보들의 연습이라, 잘 안맞는 공들을 서로 위로해주느라 바빴었던 시간 같아요.
어쩌다 한번씩 50이나 100을 넘어가면 굿샷을 외칠 수 있는 그런 상황의 연속이었지요.
누가 잘치는 분이 나타나서 우리들에게 힘을 넣어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아니, 더 못치는 분들이 오셔도 상관이 없지요. 못치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해주며 치는 것이 더 재미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느날, 나름대로의 연습들을 통해서 공이 익숙해지면,
그룹 과외를 받아서
단숨에 일정 수준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지요.
골프는 폼으로 하는 운동이라고 누가 그랬습니다.
폼으로 한다는 얘기는 이론이 중요하다는 의미지요.
이론이 정확하면 누구나 잘 칠 수 있지요.
잘못된 이론은 잘못된 자세를 만들고,
잘못된 자세는 잘못된 타격으로 연결이 되던가요?
역으로, 잘된 타격은 잘된 자세로 연결되고, 잘된 자세는 정확한 이론과 일치하게 되지요.
닭이 먼저이든 계란이 먼저이든 간에 하나를 시작점으로 잡으면 나머지는 좋은 결론으로 나올 것이라 믿어 봅니다.
이제 개인적으로 탁구, 스쿼시, 골프 연습에 기쁨을 느끼려고 애써 봅니다.
제가 관찰 한 바, 세가지가 모두다 같은 크기의 공으로 이뤄지기에 함께 배우기도 좋을 것 같고,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스포츠들 중에 포함된 것 같아서 더욱더 애착이 가네요.
아뭏든 우여곡절 끝에 5명이서 무려 800여개의 공을 날렸나 봅니다.
날아가는 공들이 우리들에게 돌아보며 왜 그렇게 못치느냐고 비웃더라도 우리는 뿌듯하게 웃을 수 있지요. 계속 지켜보라고, 어느날 우리들의 매운 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사실 골프공을 치다보면, 어느 순간에 공이 참 잘맞아서 날아가면 순간 가슴이 후련한 것을 느껴 봅니다.
아마 그것은 항상 잘 안맞다가 한번 잘 맞으면 더 큰 기쁨이 되지요.
며칠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다 날아가버리는 그런 느낌이지요.
허공을 가르며 횡하니 날아가는 그 공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요.
속이 후련하다고...
골프장 한쪽 구석에는 칸틴(간이식당)이 있더군요. 활어를 갖다놓고 만들어주는 해산물 요리점과 바꾸떼(주로 돼지 내장이나 갈비를 삶아서 만든 탕류들) 전문점이 있었어요. 40불짜리 활어 한마리가 얼마나 큰지 머리와 내장은 미훈스프를 끌여서 한냄비, 볶음으로 한접시, 튀김으로 한접시였는데, 결국 1/3도 다 못먹고 말았지요. 골프장 주변의 불빛들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거기다 식당의 점멸등 장식까지 겹쳐지는 가운데 이 더운 여름날 밤 야외 식당에서 맛을 보는 해산물 요리는 별미중의 별미였는지, 아니면 별미인데도 너무 목이 말라서 많이 먹을 수 없는 안타까운 순간의 연속이었는지요.
음식들은 남겨두고, 골프를 좀더 치고 와서 마무리하자는 안타까움에 가득찬 의견을 묵살하고, 내일 일정을 생각하며 오늘을 접었습니다.
싱가폴,
어릴 때, 흑백 TV로 보던 구룡반도라는 연속극 주제가가 생각이 나네요.
물론 홍콩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었지만,
"십자성 별빛 속에 청춘을 묻고, 낯선 거리 낯선 사람 구룡반도에 그 누가 알고 있나 기막힌 사연, 애타는 그리움에 마음 달래며 팔벼게 진한 정을 가슴에 묻고 내일향해 걸어간다, 구룡반도"
세계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이 시대에도 부모형제가 살고있는 땅은 멀기만 한 것 같군요.
사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간만큼이나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내일(아니 몇시간을 눈부치고 나면)이면 또 다시 이곳 싱가폴 사람들과의 승강이가 지속되는 삶이 시작되는군요.
다들 건강에 유의하시구요,
특히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시려면 평소때 많은 운동을 하시기를...
모두들 잘 버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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